2차 공판서 "수면마취제 의존성 생겨"변호인 통해 사과‥"깊이 반성, 뉘우쳐"대마흡연 교사 등 나머지 혐의는 부인
  • ▲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주앙지법에서 열린 2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주앙지법에서 열린 2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마약 상습투약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배우 유아인(37·엄홍식)이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투약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대마흡연 교사 △증거인멸 교사 △범인도피 △의료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는 부인했다.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박정제·지귀연)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한 유아인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삶을 살아오면서 오래 전부터 우울증·공황장애·수면장애를 앓아왔다"며 "여러 의료시술을 받으면서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변론했다.

    그동안 유아인이 대마흡연(3회)과 더불어 의료용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해 온 사실관계를 인정한 변호인은 "이런 과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유아인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변호인은 "다만 피고인은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 아래, 통증을 동반하는 시술과 수면마취제를 함께 처방받아왔다"며 "마취제만 투약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인은 "어떤 마취제를 선택할지는 담당 의사가 판단했다"며 "이 과정에 피고인이 과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나,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 그리고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다"고 전제한 변호인은 "피고인은 김OO(유튜버)씨에게 대마를 권유하거나 건넨 사실이 없다"며 미국에서 대마 흡연 장면을 들키자,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김씨에게 대마 흡연을 교사했다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피고인은 지인 박OO 씨에게 문자메시지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박씨가 본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삭제한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유아인의 의료법 위반 혐의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가족 명의로 병원에서 스틸녹스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한 사실은 맞지만, 처방전을 제시하고 약사로부터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마약류관리법 적용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소재 병원 14곳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마취 명목으로 총 181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등 각종 의료용 마약을 상습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아인은 △프로포폴(9635.7mL) 외에도 △미다졸람(567mg) △케타민(11.5mL) △레미마졸람(200mg) 등 총 4가지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아인은 프로포폴을 1회에 60mL씩 투약해 적정량보다 6배 이상 과다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아인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44차례 타인 명의로 수면제(스틸녹스·자낙스 등) 1100여 정을 불법처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기간 유아인은 서울 강남구 소재 한 병원에서 의사에게 부친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한 뒤 "수면제를 처방해 주면 아버지에게 전달하겠다"고 속여 처방전을 발급받았다.

    또 한 지인에게 누나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준 뒤 "내 누나인 것처럼 행세해 수면제를 처방받아 달라"고 대리처방을 부탁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지난해 1월 21일 미국 LA 모처에서 지인 최OO(33)씨 등과 대마를 흡연하는 모습을 (브이로그를 찍던) 유튜버 김씨에게 들키자, 대마를 권유하며 '공범'으로 만들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유아인이 "너도 한번 이제 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고 대마흡연을 요구하자 김씨는 대마를 피우는 시늉을 했는데, 유아인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더 깊게 들이마시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유아인과 함께 범행을 숨기기 위해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킨 뒤, 다른 공범에 대해선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유아인은 자신의 마약 혐의가 기사화되자, 그동안 명의를 빌려준 가족과 지인들에게 "휴대폰을 다 지우라"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흡연 및 대마흡연 교사 △증거인멸 교사 △범인 도피 △사기 △의료법 위반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의 세 번째 재판은 오는 3월 15일 같은 법정(동관 358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는 문자메시지를 삭제한 박OO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유아인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관련된 증언을 할 계획이다.
  • ▲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주앙지법에서 열린 2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주앙지법에서 열린 2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