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8%가 의대 증원 확대 찬성… 현행 유지 20% 불과의료계 내에서도 쓴소리… "국민들은 안전 우려 클 것"시민 반응 냉담…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나"
  • ▲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 앞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 앞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1일부터 7일간 자체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감행한 가운데 시민들과 의료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건강을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로, 정부는 10월19일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입학정원을 2025년도 대학 입시부터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거론됐던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의약분업으로 줄어든 수에 해당하는 351명,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521명 등이다. 다만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붕괴가 심화하는 만큼 더 큰 규모로 의대 정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가 현재 의대 정원의 약 10% 이상을 증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4.0%(241명)는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300∼500명 늘려야 한다'가 16.9%(170명), 500∼1000명은 15.4%(154명), 100∼300명은 11.5%(115명)였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203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의협은 삭발식에 더해 지난 11일부터 14만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해 대한민국 의료안전을 대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의협은 이미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방침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단행해 의료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던 전적이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 내에서도 의협 비판… "국민 안전 내팽개쳐"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1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소위 비인기 과와 지방 소재 병원들의 전공의 부족이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협의 파업 투표는 국민들이 바라는 의사인력 확충을 무시하는 행태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나 실장은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명분 없는 반대는 국민이 보기에는 그저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며 "미국·독일·영국·일본 모두 의사 수를 늘리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의료인력 확장은 국제적인 추세"라고 전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국민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것은 여러 통계를 통해 이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명확한 상태"라며 "의료계의 파업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다른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2020년에도 전공의들이 파업하면서 중증 질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이를 알고도 의협이 파업을 재개한다면 다른 시민단체와 연합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전면으로 의견 표출을 하지는 않지만, 총파업은 과한 처사라는 분위기가 퍼지는 상황이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장은 "어느 정도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찬성한다. 현재 전공의가 너무 부족하고 지원자 또한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것도 한계가 있고, 이들 대부분이 은퇴 연령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병원장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도 이런데 지방 대학병원은 더 심각하지 않겠느냐"며 "이러한 문제들을 뒤로 한 채 이뤄지는 의협의 파업 투표가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도 "의료계의 파업은 다른 산업계의 파업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며 "국민들이 느끼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다. 파업만이 해답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의사 수 증가는 환자 수 증가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보험의 재정파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 총파업 투표에 국민들 냉담한 반응… "이게 의사정신인가?"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유모(46·여) 씨는 "의협이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고 파업을 준비하는 것은 집단적 이기주의 행위"라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의사정신에 부합하는 것인가 싶다"고 언급했다. 유씨는 "국가의 의료서비스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의료안전 보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76·남) 씨 역시 "인구는 줄어들지만 고령화는 지속된다. 그러면 당연히 환자는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의사들도 은퇴하면 병원에 다닐 것이고, 자식들도 병원에서 진찰받지 않겠느냐. 시야를 폭넓게 가지고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도 의협의 파업 투표를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창에 "어떻게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느냐" "의사들의 더러운 양심이 너무 추하다" "환자들 다 죽게 생겼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비인기 과목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