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인건비 증액' 국회서 3년간 지적됐지만 패싱시의회 조례안도 무력화, 재의에 제소… "협치 무너뜨려"
  • ▲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정상윤 기자
    ▲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정상윤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국회의 권고안과 서울시의회의 의결안을 잇따라 수용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에서는 2020년부터 꾸준히 학교 영양사를 대상으로 한 인건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외침에도 서울시교육청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박영한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국회 예결위는 '2021년도 예산안'에 식생활지도 수당 지급 부대의견을 채택해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부대의견에는 "교육부는 비정규직 학교 영양사와 영양교사의 지나친 임금격차 문제 경감을 위해 시·도교육청이 적정규모의 식생활지도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2021년 11월 '2022년도 교육부 예산' 관련 교육위원회 심사에서는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교 영양사의 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부대의견이 채택됐다.

    지난해 국회 예결위를 통과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도 식생활지도 수당 지급 부대의견이 채택됐다. 

    부대의견에는 "교육부는 비정규직 학교 영양사와 영양교사의 지나친 임금격차 문제 경감을 위해 시·도교육청이 적정규모의 식생활지도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한다"는 권고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 박 시의원은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시교육청의 방만한 대처를 지적했다. 올해 기준으로 1년차 영양사의 급여는 영양교사의 79%에 불과하고, 30년차 영양사의 급여는 영양교사의 45% 수준에 그친다.

    박 시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인권위 지적사항을 반영, 3개년도에 걸친 교육부 예산안 심의에서 학교 영양사와 영양교사의 임금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식생활지도 수당을 지급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전달받은 국회의 의견을 왜 아직까지 해결하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민선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직무대리는 "공무직 분들에 대해서 임금 단체교섭을 통해 기존에 받는 수당을 조금씩 인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수당 신설 같은 경우는 전체적인 다른 공무직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의결기관 패싱 의혹 처음 아니다… 시의회 조례안도 무력화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안을 무력화하려 하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특별시교육청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가 시의회에서 통과되자 재의를 요구했다. 또 시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이 재의결되자 해당 조례를 공포하지 않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심미경 서울시의원은 노조에 제공되는 사무소 규격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조례를 발의했다. 실제로 노동조합법에는 사용자가 노조에 사무소를 제공할 경우 '최소한의 규모'만 제공하도록 돼있지만 그 규모나 규격의 기준은 없다.

    심 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조례의 부재로 인해 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육청으로부터 보증금 15억원에 147.2평짜리 사무소를 제공받았지만, 서울교육노조는 보증금 2000만원에 35.5평짜리 사무소를 제공받는 등 매우 큰 편차를 보였다.

    해당 조례는 노동조합에 지원하는 사무소의 면적을 규정한다. 유휴공간이나 민간시설을 임차할 때 상주 사무인력 1명당 10㎡를 기준으로 최소 30㎡에서 최대 100㎡까지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5월 해당 조례를 발의해 7월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서울시교육감의 재의 요구에 따라 지난 9월15일 본회의에서 재의결했다. 

    이후 서울시교육감이 공포 기한을 지키지 않아 의장 직권으로 해당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5일 해당 조례를 대상으로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를 제기하고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했다.

    심 시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행태는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며 "시민들이 요구하고 시민들이 공감하는 조례도 제소하는 것은 협치를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심 시의원은 그러면서 "국회나 서울시의회는 엄연한 국가와 지자체의 의결기관"이라며 "무소불위 교육청은 본인들 입맛에만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