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 의미 없어… 집착 안 했으면 좋겠다""김기현 울산 출마는 스스로 만든 혁신위 무력화하는 것" 쓴소리
  •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면담한 뒤 손을 맞잡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면담한 뒤 손을 맞잡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던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을 향해 '희생·헌신'을 주문했다.

    특히 김 지사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내년 총선에서 울산에 출마하는 것은 스스로 만든 혁신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주문한 인요한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의원직 내려놓고 지방선거 당선 김태흠, 당 향해 쓴소리

    김 지사는 23일 충남도청에서 인 위원장과 면담했다. 인 위원장은 그간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여러 인사와 만나며 혁신안과 관련한 조언을 듣고 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혁신이라는 말이 뭐냐. 살 껍질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하고 새롭게 바꾸자는 뜻"이라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바꿔야 한다'는 인요한 위원장의 말에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중진과 친윤 의원들을 겨냥했다. 김 지사는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험지로 나가든 불출마하든 희생과 헌신의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인 위원장) 말씀은 당연하다"며 "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집착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김 지사는 지난해 4월 윤석열정부의 첫 여당 원내대표선거 당시 강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설득에 나서며 의원직을 내려놓고 6·1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유력 후보였던 김 의원이 충남지사로 교통정리되면서 친윤 인사인 4선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속도 조절 어디 있나, 정기국회 끝나면 중진 스스로 그만 안 둬"

    김 지사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저는 당에서 원내대표를 준비하고 마지막에 모든 것을 불살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국회를) 나왔다"며 "당직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지사는 "우리 당이 집권당으로서 국민에게 제대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느냐에 대해 좀 의문"이라며 "집권당으로서 해야 할 것이 뭔지 재정립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1년 반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함몰됐다. 그런 것이 당 지도부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당 최고위는 초선이나 원외 인사 등 정치적 경험과 식견, 이런 트레이닝이 안 된 분들로만 구성됐다"며 "그렇기에 중진들은 뒤로 빠져서 뒷짐만 지고 있다. 당 대표가 꼬마 대장 노릇을 하는 이런 형태에서 된장찌개처럼 깊은 의사결정이 나오겠느냐"고 우려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울산 4선 김 대표, 대구 3선 윤재옥 원내대표, 평택 3선 유의동 정책위 의장 등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원외 김병민·김가람·장예찬 최고위원, 초선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지사는 "초선들도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이 어렵고 새롭게 변해야 할 때 예전에 다 초·재선들이 '정풍운동'(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것을 골자로 펼치는 정치운동)을 벌였는데 (지금은) 초선들도 눈을 껌뻑이고 있고, 중진은 정치생명 더 연장하려는 부분으로 간다면 (당이) 국민 신뢰를 못 받는다"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김 지사의 말에 "지사님 같은 분이 많이 계시면 제 일이 좀 쉬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나마 두 장관(한동훈·원희룡)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특히 원희룡 장관은 이틀 전에 전화가 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고민해보고 올바른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지사는 "지금처럼 이 눈치 보고, 저 눈치 보고 당 중진들이 혁신위 이야기를 받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혁신위원장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버리라"며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예산정국을 비롯해 마지막 정기국회가 있는데 속도 조절이 어디 있나. 그분들이 정기국회가 끝나면 스스로 그만둘 사람들이냐"고 지적했다.

    "김기현, 보궐선거 패배 후 실무자들만 물러나라 해"

    김 지사는 총선 불출마와 험지 출마, 당 대표 사직 중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겨냥했다.

    김 지사는 인 위원장과 면담 후 '논개' 발언 이유를 "논개가 (적장을) 끌어안고 몸을 던졌다"며 "김기현 대표가 울산에 다시 출마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혁신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무한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제한 김 지사는 "서울 강서구청장선거가 끝난 다음에 실무자들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고 본인이 책임을 안 진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 지도자는 밑의 사람들보다 본인부터 책임져야 리더십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