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법인세·양도세 부진… 내년 세수 6조원 부족"민주당,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00억원 증액 강행이재명 제안한 '청년 3만원 패스' 예산도 2900억원 증액 통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내년에 세수가 6조원가량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이재명표 예산'을 증액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1일 '최근 세수 오차 발생 원인과 2024년 국세수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세수입을 361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367조4000억원보다 6조원 정도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세수 부족 원인으로 "법인의 급격한 실적 악화 및 부동산시장 침체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법인세 증가를 견인하던 반도체가격 하락 등으로 법인 영업실적이 2022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부동산 거래 감소로 양도소득세 등 주요 세목들이 정부 예측보다 덜 걷힐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이용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예산안을 대폭 증액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증액을 공언한 예산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6일 '5대 생활예산(지역사랑상품권, 청년 3만원 패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지원, 소상공인 에너지 요금 및 대출이자 지원,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과 '5대 미래예산(연구개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 아동수당 등 보육 지원, 청년 예산)' 등을 증액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00억원을 증액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단독처리했다. 정부는 당초 내년도 예산안에서 0원을 반영한 터였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 대표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다. 

    국민의힘은 이후 논평을 통해 "경제와 국민을 살리는 미래 생활예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심성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청년 3만원 패스'는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2900억원이 증액돼 민주당 단독으로 15일 통과됐다. 청년패스는 청년 대상으로 월 3만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도 민주당이 복구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의에서 정부 예산안 중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등에서 1조1600억원을 줄이고, 대신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등 2조원을 증액한 R&D 예산안을 단독처리했다. 

    이 대표는 다음날인 지난 15일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R&D 예산 복원은 당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약 4500억원을 증액하기도 했다. 대신 윤석열표 예산인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 7개 항목 1831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를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여당의 협의나 정부의 동의도 없이 쌓아 올린 '묻지마 예산'이 이미 수조원을 넘었다"며 "이렇게 '국가재정은 모르겠고, 나는 표만 받고 싶어'라는 식으로 행동할수록 국민의 마음은 민주당에서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변인은 "이재명표 하명(下命)예산이자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업인 지역화폐·청년패스 예산은 정부의 동의도 없이 비목 신설·증액이 날치기 의결됐다"며 "헌법이 보장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민주당표 예산안을 만들겠다는 노골적 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