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중국에서 귀화한 조선족 출신 유승군 씨… 동탄서 멸공반점 운영"공산당 거짓말 알리기 위해 상호 변경… 멸공은 대한민국 영원한 숙제"낮엔 식당 운영하고 밤엔 애국 시 지어… 주말엔 보수 집회 틈틈이 참석도
  • ▲ 1일 방문한 '멸공반점' 앞에는 메뉴와 다양한 시가 적힌 입간판이 서있다. ⓒ서성진 기자
    ▲ 1일 방문한 '멸공반점' 앞에는 메뉴와 다양한 시가 적힌 입간판이 서있다. ⓒ서성진 기자
    중국집 이름이 '멸공(滅共)반점'이다. 이곳에서 파는 짜장면의 이름은 '멸공짜장면'이다. 간짜장이 당긴다면 '반공간짜장'을 주문해야 한다. 볶음밥은 '빨갱이박멸볶음밥', 우동은 '자유대한민국만세우동'이다. 21세기에 공산주의를 멸하자는 음식점이라니, 묘하게 재미가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멸공반점을 찾았다. 높은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자그마한 중화요리 전문점이었다. 하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쓰인 '멸공반점'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테이블에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듯 대한민국 국기와 성조기가 올려져 있었다.

    음식점 내부로 들어서자 안이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유승군(48) 사장이 커다란 프라이팬을 위아래로 흔들며 중화요리의 생명인 불과 씨름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보수진영 인사들의 방문 인증 사인이 가득했다. 

    자리에 앉자 유 사장은 "보수의 성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메뉴판을 건넸다. '멸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짜장면·짬뽕·볶음밥 등 중화요리의 대표 음식들을 주문했다. 하나씩 테이블에 올려진 음식들을 먹고 나니 가게 이름 때문에 오히려 음식의 맛이 가려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멸공반점의 네이버 평점은 5점 만점에 4.61점이다. 100점으로 환산하면 92점이 넘을 정도로 '맛집'이다. 리뷰들 역시 "사장님이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볶아줘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친절하다" "독특한 컨셉트에 방문하기 전 장벽이 높았지만 음식은 정말 맛있다" "사장님이 짜장을 바로 볶아서 조리하고, 조리 과정이 다 오픈돼 있다" "짬뽕 국물이 정말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는 등 칭찬일색이다.
  • ▲ 유승군 '멸공반점' 사장이 1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유승군 '멸공반점' 사장이 1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배를 채운 뒤에야 궁금했던 질문들을 하나씩 꺼낼 수 있었다. 주방도구들을 잠시 손에서 내려놓은 유 사장은 20년 전 중국에서 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북경반점'이었던 가게 이름을 '멸공반점'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러면서 "짜장면 한 그릇 덜 팔더라도,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평생을 살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국에서 귀화했다고 들었다.

    "본관이 기계 유씨로, 대한민국 제헌 헌법의 초안을 기초하신 유진오 박사의 후손이다. 나는 조선족 출신이지만 뿌리는 한국에 있다.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고향은 경기도 이천이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고향 역시 경북 안동이다."

    -'북경반점'에서 '멸공반점'으로 가게 이름을 바꿨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나?

    "중국에서 살 때는 공산주의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 배우고 세뇌당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아보니 공산당에서 말했던 썩어빠진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국민들을 더 잘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공산당이 하는 말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가게 이름을 바꾸게 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상호를 찾고 있었다. 자유대한민국은 우파의 나라다.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멸공'은 자유 대한민국의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거 중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대한민국에서의 자유로운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중국에서 살았을 당시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어떤 힘든 일들을 겪었는지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 ▲ 1일 방문한 가게 내부에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메뉴가 있었다. 벽면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방문 인증 사인이 붙어있다. ⓒ서성진 기자
    ▲ 1일 방문한 가게 내부에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메뉴가 있었다. 벽면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방문 인증 사인이 붙어있다. ⓒ서성진 기자
    -상호를 바꾼 후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들었는데?

    "멸공이라는 글자를 간판에 걸고 장사하니 매출이 뚝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간판 하나 바꿨다고 해서 이렇게 상황이 바뀔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니까 많은 분이 걱정하면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바꾸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멸공반점이라는 이름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올바른 신념을 굽힐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가게 이름으로 오해를 받는 일도 있었을 것 같다.

    "멸공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응당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데, 어감이 세다 보니 오해를 많이 받는다. 과거에 자주 오던 단골손님들도 가게 이름을 바꾼 후로 많이 떠났다. 가게에 들어왔다가 '멸공'이라고 적힌 메뉴판을 보고 나가는 손님도 간혹 있다. 반대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손님도 많다. 오늘만 해도 보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손님 몇 분이 다녀갔다. 안 좋은 시선에 신경 쓰일 때도 있지만 힘을 얻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괜찮다."

    -2020년 코로나 시국 때 방역정책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상인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정부의 정책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었다. QR코드 찍어 백신 맞았다는 것이 인증이 안 되면 밥도 못 먹게 하고, 때에 따라서 2·4·6인 이상 식사를 금지했다. 백신은 내 몸에 들어가는 것인데 자유대한민국에서 그것을 강제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해당 정책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QR코드 찍고 식사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국가의 정책이었지만 올바르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1일 유승군 사장이 짬뽕 재료인 채소와 해물을 볶고 있다. ⓒ서성진 기자
    ▲ 1일 유승군 사장이 짬뽕 재료인 채소와 해물을 볶고 있다. ⓒ서성진 기자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메뉴를 더 추가할 생각인가?

    "최근 4·15 부정선거 의혹을 겨냥해 '특검할래 깜빵갈래 삼선누룽지탕'이라는 메뉴를 만들었다. 당연히 음식에 자부심도 크다. 항상 좋은 요리로 손님들에게 보답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국민들을 계몽시키고 정치인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지금처럼 활동할 계획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유 사장은 자신이 지은 시들을 내밀었다. 가게 운영과 보수 집회 참석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지은 애국시(詩)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둘 시를 읊기 시작했다.  

    "저의 일터는 멸공반점. 철솥, 식칼, 기름과 소금 등등의 식재료가 전부요. 짜장면 사발 안에는 하늘과 땅 바른 도리가 담겨져 있고, 만장 높이에 파도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자유대한민국 축복합니다."

    "태어나도 대한민국 사람이고 죽어도 대한민국의 혼이다. 인생은 한 번 가고 다시 오지 않으니 속이 텅 빈 채 헛살지 말 것. 할아버지 이상의 조상과 선조들이 나를 훈계하기를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과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고 이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뿌리와 근본을 잊어서는 절대 아니 된다. 나도 마찬가지로 이 땅에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알리니 나라를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할 것을. 붓을 대자 하늘과 땅도 놀라게 하고 시가 완성되면 귀신들도 흐느끼게 한다."
  • ▲ 1일 유승군 사장이 취재진에게 선보인 애국 시 중 하나이다. 유 사장은 직접 지은 시를 종이에 적어 보관한다. ⓒ서성진 기자
    ▲ 1일 유승군 사장이 취재진에게 선보인 애국 시 중 하나이다. 유 사장은 직접 지은 시를 종이에 적어 보관한다. ⓒ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