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소재 북한식당에 생필품·마약·의약품·미 달러 제공北 정찰총국 지령받아… '충성자금', 北 IT 업무까지 관여 혐의
  • ▲ 서울경찰청은 지난 13일 국가보안법(회합·통신·편의제공), 마약류관리법,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내 IT 업체 대표 A(52)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북한 식당.ⓒ서울경찰청 제공
    ▲ 서울경찰청은 지난 13일 국가보안법(회합·통신·편의제공), 마약류관리법,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내 IT 업체 대표 A(52)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북한 식당.ⓒ서울경찰청 제공
    북한식당 여성 종업원의 미인계에 넘어가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국내 IT 사업가 5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북한식당에 수천만원 상당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북한 정찰총국 소속 식당 부사장의 지령을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18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와 그에게 마약류를 제공한 지인 B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7년 동안 미얀마·라오스 소재의 북한식당에 100차례 이상 출입하며 식당에 필요한 각종 물품 및 수천만원 상당의 경제 지원, 미국 달러, 전문 의약품, 마약류 등을 제공하고 온라인상에 북한식당 홍보 게시글을 작성하는 등 북한식당 운영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정찰총국은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북한 정보기관이며, A씨가 7년 동안 드나든 북한식당은 북한 청류관의 해외분점으로 외화를 벌어 본국으로 보내는 식으로 운영된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미화 4800달러와 식당 운영에 필요한 각종 공연물품·의류·피부관리 용품 2000만원 상당의 경제적 편의를 제공했다.

    제공한 물품 중에는 마약류 및 전문의약품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식당은 국가계획에 따라 북한에 '충성자금'을 송금해야 하는데, 식당 부사장이 A씨에게 이를 대답할 것을 요구했고, 경찰은 실제로 A씨가 건넨 미 달러 자금 중 일부는 북한으로 송금된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초기에는 북한식당에 단순 생필품 또는 음식 등을 제공했지만 2018년부터 식당 부사장과 직접 연락망을 구축했다.

    A씨는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속옷 사이즈 등 식당 내부 사정까지 알 정도로 이들과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을 "식당의 작은사장"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A씨는 식당 부사장과 '채팅기록 삭제', '련계(연계)했다는 것은 비밀', '관계가 좋지 않으니 호칭 변경' 등의 내용을 주고받는 등 치밀한 보안과 관계를 유지했다.

    아울러 A씨가 식당 부사장의 지령을 받아 북한의 IT 임무까지 수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에 따르면 식당이 중국 단둥으로 이전한 후 미얀마 정부가 북한에 의뢰한 '미얀마 현 정부 반대 세력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임무를 부사장이 A씨에게 은밀히 지령했고, 두 사람이 구체적인 IT 임무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경찰은 A씨가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 꽃다발을 들고 식당에 들어가는 장면, 북한대사관 소속 차량과 동시간대 식당에 머무는 장면 등을 확인했다. 또 A씨가 국내에서 주요 탈북민단체에 접근하는 등 북한 출신자들에 대한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다만 A씨는 북한식당 출입 사실, 통신연락·물품제공 등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행 동기에 대해 식당 여종업원과의 애정 관계를 주장하며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북한식당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일뿐 아니라 공작기관의 거점 장소임을 각별히 유념할 것을 당부드린다"며 "경찰에서는 향후 유사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방첩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