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시정하지 않으면 위법사항 따져볼 것"보훈부, '정율성 관련 사업 일체 중단하라' 권고광주시, 행안부 권고까지 거부할지 이목집중
  • ▲ 정율성로 도로명 모습. ⓒ정상윤 기자
    ▲ 정율성로 도로명 모습. ⓒ정상윤 기자
    국가보훈부가 6.25 남침 나팔수 역할을 한 중국 음악가 정율성에 대한 기념사업을 중단할 것을 광주광역시 등에 권고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도 정율성의 이름을 딴 광주시 내 도로명을 변경할 것을 12일 권고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법 184조 '중앙행정기관이 지자체 사무에 대해 조언, 권고,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행안부는 광주시 남구가 도로명을 변경하지 않으면 도로명 부여 과정에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따져볼 방침이다.

    이날 행안부는 "6·25전쟁을 일으킨 적군의 사기를 북돋고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한 인물을 찬양하기 위한 도로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정율성로 존치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시정 권고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행안부의 이 같은 조치는 국가보훈부가 전날 정율성 관련 사업 일체를 중단하라고 광주시 등에 시정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훈부는 11일 행안부와 마찬가지로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이 6·25 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인 만큼 대한민국이 기릴 인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주시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있는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시는 위법 사항이 없다며 해당 권고를 수용할 뜻이 없다고 했다.

    광주시는 입장문을 내고 "정율성 역사공원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이며 위법한 경우에만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부터 35년간 지속해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며 시정 명령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광주시는 중앙정부와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법적 조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광주시가 행안부의 권고사항까지 거절한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대규모 법정 공방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한편, 정율성로는 2008년 광주시 남구청장이 부여한 이름이다. 이 도로는 총 257m 길이로 광주시 남구 양림동 출신의 정율성이 중국에서 음악가로서 이룬 업적을 기리고, 중국 관광객 유치 등을 목적으로 명명됐다.

    보훈부 자료를 살펴보면, 정율성은 해방 이후 황해도당위원회 선전부장으로 취임했으며, 1946년 2월에는 부부 동반으로 김일성을 대면했다. 

    1947년 봄에는 평양으로 이주해 조선인민군 협주단을 창설해 초대 단장에 취임하고 전국 순회 공연을 했다. 

    1950년 6·25 개전 초기 정율성은 인민군과 함께 아내와 서울까지 내려왔다가 그해 10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듬해에는 베이징예술극원 합창대 부대장이 돼 중공군 군가를 작곡했다. 1956년에는 귀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이 '정율성로'에 있는 그의 생가를 찾고 있다"면서 정율성을 중국과 연결고리로 삼으려 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6·25 남침 주범으로 북한에서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의열단장이자 조선혁명간부학교장이었던 김원봉은 본명이 정부은인 정율성에게 '음악으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율성(律成)'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가리켜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만들기 위해 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 북한의 김일성정권 수립 및 6·25전쟁 개입 이력 등을 확인한 당시 보훈처는 난색을 보였고 문 정부의 김원봉·정율성 서훈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