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부적절"민주당 의원 "특정 세력 여론 조작 증거 없어"
  • ▲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 후반전 한국 이강인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 후반전 한국 이강인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항저우아시안게임 한·중 남자축구 8강전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불거진 여론 조작 의혹에 대응하는 정부·여당을 두고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여당이 '총선 여론 조작 가능성'을 우려하는 행태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다음에서 중국을 향한 '클릭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높아진 것과 관련 "이것을 대뜸 무슨 좌파 성향의 포털, 이렇게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거나 또 다른 외국과의 관계로 확전시켜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가 범부처 TF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홍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문제를 지금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소탐대실 우려가 있는데 가짜 뉴스를 잡겠다고 하다가 우리나라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작 의혹은 지난 1일 열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축구 당시 다음 응원 페이지에 중국 응원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불거졌다. 

    카카오에 따르면, 총 3130만 건의 클릭 응원 중 중국 응원이 2919만 건(93.2%)를 차지했다. 확인된 IP(인터넷 주소)가 만들어낸 클릭 응원 수 2294만 건 중 해외 IP는 1993만 건이었다. 그 중 2개 해외 IP가 1989만 건이었는데, 네덜란드 1539만 건(79.4%)과 일본 449만 건(20.6%)이었다. 

    문제의 두 IP의 클릭 응원은 경기가 끝난 1시간30분쯤 뒤인 2일 0시30분부터 이뤄졌다. 다만 클릭 응원이 실제로 네덜란드·일본에서 이뤄진 것인지, 혹은 한국이나 북한·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이뤄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 클릭 응원은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매크로 조작 행위와 IP를 우회하는 VPN 기술은 8800만 건의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처럼 여론을 조작하는 데 쓰이는 교묘한 도구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여론 조작 배후로 "친민주당 세력, 친북한 세력, 친중국 세력"을 꼽았다.

    민주당은 비정상적인 클릭 응원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조직적인 여론 조작 의혹이라는 주장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 없이 클릭 응원에 참여할 수 있었던 만큼 시스템상 조작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배후를 특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특정 세력이 여론 조작을 위해 조작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의심할 수 있겠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근거라든지 팩트를 제시해야 한다"며 "친민주당 세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거야말로 여론몰이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디시인사이드에 누가 매크로 돌린 것을 인증하려고 캡처해서 올려놓지 않았느냐"며 "'이거 이렇게 쉽게 되네' 그러면서 인증했는데 정부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중 남자축구가 끝난 직후인 지난 2일 새벽 0시38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VPN Gate 갤러리'에는 '축구 응원 주작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매크로 명령을 한 컴퓨터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갖고 있는 서버 총동원령 내리고 셀러리 라이브러리 써서 해볼까. 지금은 2대로 돌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 글이 올라온 시간은 의문의 해외 IP 2개가 매크로를 활용해 이상 현상을 초래했던 때와 일치한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친일·친미 프레임을 짜서 강력한 동맹으로 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친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니까 교묘하게 '민주당과 무슨 작업이 있는 것 아니냐'고 엮어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성중 의원은 일부 네티즌이 클릭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그런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느냐"며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누구 하나 들어와서 장난칠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면 문제가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카카오 측은 클릭 수 조작과 관련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