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 KBS 보궐사장 하마평 무성'공모 공고'도 안 나왔는데… 벌써 '사장 유력설' 파다KBS1노조 "불공정 편파방송 근절 의지 있는지 의문""2노조 출신 간부와 접촉설… 뭘 논의했는지 밝혀야"
  • KBS 차기 사장 후보로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 '외부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KBS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아오려면 KBS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알고 이를 해결할 비전과 경험을 가진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방송과 무관한 인사가 마치 '낙하산'처럼 투입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KBS 내부에서 불거졌다.

    지난달 말 '문화일보의 박민 논설위원이 KBS 차기 사장에 유력하다'는 지라시가 정가에 나돈 직후 연속성명을 발표한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인 KBS는 어느 언론기관보다 훨씬 더 공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과 자본, 정치 이익집단으로부터 엄정하게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특정 진영의 포로가 된 KBS는 부패 카르텔을 구축한 권력에 순종하고 철저하게 그들의 이익을 지키는 나팔수 노릇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KBS가 눈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강조한 KBS노조는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해방돼야 하는 공영방송이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멍에를 또다시 둘러쓰는 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최악의 치욕"이라고 단정했다.

    "만일 권력자의 그림자가 우리 주변에 어른거린다면 공영방송 KBS는 다시는 회생할 수 없는 참혹한 위기에 처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며 물망에 오른 유력 인사를 에둘러 비판한 KBS노조는 "지난 몇 년간 현장에서 치열하게 저항한 내외부 투쟁 동지들의 노력이 개혁의 결실로 승화되기 위해선, 단지 권력자와 가깝거나 협조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낙하산이 투하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노조는 "KBS의 새 사장은 민노총 노영체제를 혁파할 경험과 의지,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며 "불공정 편파방송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민노총 노영체제에 헌신적으로 투쟁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영체제를 완전히 끝장낼 정책적 의지와 전략적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디어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KBS를 살릴 경영 능력과 직원들의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차기 사장의 조건을 제시한 KBS노조는 "차후 국민 앞에 개인의 사생활이 다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해 능력뿐 아니라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KBS 입성부터 논란에 휘말려 KBS 혁신의 기회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충고했다.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소문의 당사자인 박민 논설위원이 문화일보에서 KBS로 이직한 직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죄다 민노총 노조(2노조) 출신들"이라며 "정말로 만나거나 연락했는지, 만났다면 무엇을 논의하셨는지 알려 달라"고 공개 질의했다.

    허 위원장은 "이런 사람들을 KBS 사장 유력 후보가 만났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나 알고는 계시냐"며 "일전에 보니 KBS 내 민노총 노조와 이에 맞서 투쟁해온 1노조(KBS노동조합)도 구분 못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회사 내 민노총 노조의 실체와 누가 민노총 소속인지 전혀 구분이 안 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이 △그동안 처절하게 싸워온 우리의 분노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온 문제 의식 △KBS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 방안들 가운데 10분의 1이라도 갖고 계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허 위원장은 "앞으로 전개될 엉터리 같은 상황이 참으로 암담하다"며 "왜 박 위원이 민노총 출신들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인지 명쾌히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송·경영 전문성 결여… 'KBS 정상화' 위해 뭐 했나?"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혁신위원회(새KBS혁신위)도 지난 주말 연속성명을 통해 "벌써부터 자리 욕심에 경거망동하는 자들에게 경고한다"며 "어떠한 능력이나 의지도 보여준 것이 없으면서 그저 권력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KBS를 먹겠다는 생각이라면 이참에 그만 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근 확산되는 박민 논설위원 유력설은 사장 선임 프로세스의 명분과 이후 KBS의 변화에 끼치는 부정적 효과가 막대하기에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짚은 새KBS혁신위는 "소문의 내용대로 박 위원이 사실상 결정된 사장 후보일 확률은 1%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만약 유력 사장 후보로 알려졌던 사람이 진짜로 사장에 선임된다면, '현 정권이 박 위원을 사장시키기 위해 김의철 사장을 해임했다'는 공격을 받을 게 뻔하다"고 단언했다.

    "그 결과 박 위원은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방송장악' 프레임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KBS 혁신의 동력은 시작부터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새KBS혁신위는 "뻔히 예견되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방관할 수 없다"며 "만약 박 위원이 실제로 사장 후보에 입후보하고, 또 이사회가 그를 사장 후보로 제청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동안 양승동·김의철 전 사장을 상대로 투쟁해왔던 것 이상의 고강도로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박 위원을 겨냥해 "자유민주주의와 언론의 독립, 공영방송의 객관성·균형성·중립성에 기반한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세우려고 무슨 일을 했느냐"고 쏘아붙인 새KBS혁신위는 "아무런 철학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인간들이 조직을 농단한 결말이 바로 지금의 KBS"라며 "이런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이라는 신념도 없으면서 권력이 나눠주는 떡고물이나 먹겠다는 자들은 오늘부터 KBS인의 적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다만 새KBS혁신위는 "우리는 사장으로 누가 와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며 "내부 출신이든 외부 출신이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KBS의 사장을 KBS 직원 출신이 해야 하는 법도 없고, 지금까지 KBS 출신 사장이 일을 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역설한 새KBS혁신위는 "그렇다고 KBS 안에 정말 인물이 없냐고 하면 그것도 아닐 것"이라며 "이사회가 적정하게 판단해 지금 이 시국에 KBS를 살릴 수 있는 능력 있는 사장을 뽑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단, 박 위원은 안 된다"며 "지금까지 그와 관련된 구설만으로도 우리는 그를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본지 취재 결과 18일 현재까지 KBS 사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외부 인사'는 박 위원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KBS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인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인영 전 보도본부장(KBS 13기 기자) △이강덕 전 대외협력실장(KBS 17기 기자) △이준안 전 해설국장(KBS 15기 기자)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KBS 17기 PD) 등이 차기 KBS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