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발매기 이용 서툰 어르신… 매표소 앞에서 장사진 이뤄다른 교통수단 찾으려는 시민도…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한숨"연봉 7000만원 받는 사람들이 수시로 파업… 청년들에게 미안하지 않나?""협상 안 될 때마다 파업하면 시민들은 뭐가 되나"… 철도노조 비판 쇄도
  • ▲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정상윤 기자
    ▲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정상윤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 14일 오전부터 파업을 강행함에 따라 열차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열차뿐만이 아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15일, 코레일이 관리하는 서울지하철 1·3·4호선과 경의-중앙선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원성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시민들은 평소보다 20~30분 늦게 오는 열차를 기다리느라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후암동에 거주하는 김모(27) 씨는 "평소 1호선과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철도노조 파업이 지하철 운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열차가 지연되거나 늦게 오는 일이 없도록 하루빨리 파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블로그에는 "철도노조가 9월에는 총파업까지 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노조의 정당한 권리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블로거는 "지하철이 좀 밀렸다고 하면 웃기지 않느냐? 정시에 도착하는 대중교통이라고 여겨졌던 지하철이 이제는 아닌 것 같다.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박모(45) 씨는 "평균 연봉 7000만원인 철도공사 직원들이 수시로 파업을 한다니 기가 막히다"며 "지하철을 타고 일자리를 찾아 헤메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보다"라고 비판했다.

    파업 이틀째를 맞은 현재 열차 운행률은 79.3%로 집계됐다. 평시 대비 수도권 전철 84%, KTX 77.5%, 여객열차 75.9%, 화물열차 19.5%가 운행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 참가율은 26.1%로 어제(21.7%)보다 늘었다.
  • ▲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으로 15일 서울역 일대는 큰 혼란을 빚었다. ⓒ김성웅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으로 15일 서울역 일대는 큰 혼란을 빚었다. ⓒ김성웅 기자
    KTX·무궁화 열차 등 대부분 매진되거나 운행 중단… 몇몇 시민은 발걸음 돌리기도

    서울역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날 서울역은 승차권을 구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승차권을 모바일로 구매하거나 무인발매기로 발권하는 데 서투른 어르신들이 매표소 앞에서 장사진을 쳤다.

    몇몇 시민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발걸음을 돌려 다른 교통수단을 찾으러 가기도 했다. 무인발매기 옆에는 코레일 직원이 발권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지원하느라 분주했다.

    대합실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며 "전광판에서 열차 운행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을 연거푸 방송했다.

    열차 운행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다수의 열차가 중단, 매진됐다는 문구가 빨간색으로 강조돼 송출되고 있었고, 그것을 본 시민들은 한숨을 쉬었다.

    승강장에 열차가 도착하고 서울역에서 내린 시민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박모(70대·남) 씨는 "열차가 많이 취소돼서 입석으로 탄 사람들로 (기차 내부가) 붐볐다"며 "통로에 기댄 채 불편하게 가는 사람 중에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합실에서 열차를 2시간째 기다리던 김모(60대·남) 씨는 "(철도노조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측과 정당하게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며 "협상이 안 될 때마다 이렇게 파업하면 열차를 이용하는 우리들은 뭐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입석으로 불편하게 가는 것보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낫다"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정기휴가를 나왔다는 김모(20대·남) 상병은 "열차가 많이 취소돼서 휴가를 못 가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표를 구했지만 혹시 집에 못 가는 것 아닐지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 ▲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하고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성웅 기자
    ▲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하고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성웅 기자
    "노조가 요구하는 것 태반이 정부 정책… 사측은 언제든지 대화 준비됐다"

    현재 철도노조 측이 제시하는 요구안은 △수서행 KTX 투입 △KTX와 SRT 통합운행 △KTX와 SRT 운임 차이 해소 △4조2교대 전면시행 △23년도 임금협상 등이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것의 태반이 정부 정책사항"이라며 "저희(사측)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파업 일정을 미리 국민들께 알렸고, 물류 시스템 등에서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취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노조가 약속한 대로 오는 18일 오전 9시에 파업을 종료하면 사측은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수서행 KTX 운행은 현재 선로 용량도 다르고 운임 체계도 다르다"며 "지금으로서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검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4조2교대 주장은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승인을 안 받고 요구한다"며 "이것에 대해서는 현재 TS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 승차권 발매현황에 대부분의 열차가 매진된 상태다. ⓒ김성웅 기자
    ▲ 승차권 발매현황에 대부분의 열차가 매진된 상태다. ⓒ김성웅 기자
    "이번 파업 정당성 없어… 파업 과정서 불법행위는 엄정대응할 것"

    코레일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1조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이자 비용만 1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하루 이자 비용만 10억원씩 생기고 있는데도 노조는 자구노력은커녕 파업을 강행한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이번 파업은 정부 정책사항을 핵심 목적으로 하고 있어 정당성이 없다"며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노조원들은 14일 서울역 3번 출구 인근 세종대로에서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수서행 KTX 운행'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도로로 나왔다.

    노조는 "불합리한 철도 쪼개기를 저지하고 시민 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인 수서행 KTX를 쟁취해 시민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들은 SR가 운영하는 수서고속철도(SRT) 노선이 지난 1일부터 경전·전라·동해선으로 확대되고 경부선 주중 운행은 축소됐는데, 철도노조는 수서역 기반 SRT와 서울역 기반 KTX의 분리 운영을 철도 민영화의 수순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