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1년 3개월 앞두고 불명예 하차KBS 이사회, 12일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무능·방만경영, 리더십 상실' 등 해임사유이사회, 尹 재가하면 차기 사장 공모 착수
  • ▲ 김의철 KBS 사장. ⓒ뉴시스
    ▲ 김의철 KBS 사장. ⓒ뉴시스
    문재인 정권 말기인 2021년 12월 KBS의 사장으로 취임하며 "KBS는 허위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정보의 최종 확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김의철 KBS 사장이 '편파방송'과 '무능경영' 논란을 빚은 끝에 임기 만료를 15개월 앞두고 옷을 벗게 됐다.

    KBS 이사회는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전체이사(11명) 중 과반이 넘는 여권 추천 이사들(서기석·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황근)이 찬성표를 던졌고, 나머지 야권 추천 위원들(이상요·김찬태·류일형·정재권·조숙현)은 표결 직전 전원 퇴장했다.

    이사회를 통과한 KBS 사장 해임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면 확정된다.

    KBS 이사회는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는 즉시 차기 사장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에 김 사장은 "정치적 독립을 전면 훼손하는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리더십 상실한 김의철 사장, 직무수행 불가능"

    지난달 30일 여권 이사들이 긴급안건으로 제출한 KBS 사장 해임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 KBS 이사회는 지난 6일과 1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안건 가결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당초 김 사장은 12일 이사회에 출석해 직접 해임의 부당함을 호소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소명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김 사장의 의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청문 절차를 마무리한 KBS 이사회는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무능·방만경영 △불공정 편향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및 무대책 일관 △직원 다수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등으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김 사장의 해임을 제청한다"고 밝혔다.

    해임제청안이 KBS 이사회에 상정된 지난달 30일 "이번 해임제청은 부당하고, KBS와 대한민국 공영방송 제도의 '정치적 독립'을 전면 훼손하는 행위"라며 "명시된 해임사유 가운데 어떤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던 김 사장은 이날 해임안이 의결되자 "제가 부족함이 많았다고 생각하고 그 점에 국민 여러분과 KBS 구성원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KBS 사장으로서 해임에 이를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자신의 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수십 쪽에 이르는 소명서를 제출했는데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며 "소명을 듣고 충분히 검토한다기보다 쫓기듯 시간을 정해놓고 형식적 요식행위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법적 소송을 예고한 김 사장은 "그 과정에서 겪을 개인적, 사회적 고통은 또 엄청나겠지만, 그걸 피하지 않겠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담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새KBS공투위 "김의철 사장, 떠나면서까지 궤변"

    한편, "KBS 사장으로서 해임에 이를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김 사장의 주장에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새KBS공투위)'는 "떠나면서까지 궤변이냐"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가증스러울 정도의 위선덩어리"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새KBS공투위는 "과거 홍위병처럼 몰려다니면서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던 시절은 머리에서 지워졌는가? 그 범죄행렬의 맨 앞에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은 아주 신사적이고 법치주의에 걸맞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퇴진을 주장하는 분들도 이제는 분리징수 등 우리의 난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달라'는 김 사장의 말에 새KBS공투위는 "동료들을 적폐·부역자·공범자로 몰아세우면서 KBS를 두 쪽으로 갈라놓은 장본인이 바로 김 사장"이라며 "이제와서 힘을 합치자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당신만 사라진다면, 그리고 당신이 남겨놓은 그 더러운 오물들이 치워진다면 아마도 KBS에도 화합이라는 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새KBS공투위는 "김 사장이 갈라놓은 것은 KBS뿐만이 아니"라며 "대한민국과 그 국민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KBS공투위는 "임기 내내 특정 세력으로 간부를 꽉 채우고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을 도배해 KBS를 특정 세력의 소모품으로 만들었다"며 "주진우·최경영 등 편향적 인사들을 내려서 최소한의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라고 했건만, 2017~2018년 불법파업을 주도해 KBS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만든 인물을 보도국 간부로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새KBS공투위는 "김 사장은 '우리가 겪고 있는 취약성은 낙후된 제도를 제때 개선하지 못한 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했지만,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KBS인들 자신"이라며 "우리가 수없이 지적했듯, 공영방송의 독립은 제도로 보장되지 않는다. 공영방송인 스스로가 독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무리 제도가 정교하게 설계된들,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정치권에 부역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오히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자발적 부역을 견제할 장치가 더 시급하다면 시급할 것"이라고 충고한 새KBS공투위는 "그 이전에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스스로 객관적인 태도를 갖고, 정치적으로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만이 공영방송의 독립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KBS공투위는 "김 사장이 했던 것과 반대로만 하면 아마도 공영방송에 활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며 "김 사장은 공영방송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라고 강조했다.

    "김의철 사장이 남긴 수신료 쓰나미가 몰려온다"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KBS 이사회가 사장 해임안을 의결한 것은 공영방송이 다시 태어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며 "신발끈을 고쳐 매고 우리의 소중한 일터 KBS를 살리고자 다시 국민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BS노조는 "'불공정 편파방송' '희대의 보도참사' '역대 최악의 무능경영'을 자행해온 김의철 사장이 결국 해임 수순을 밟게 됐다"며 "직원들이 죽거나 말거나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키기 위해 'KBS 회생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회복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린 김 사장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억울하게 탄압받았다고 되뇌며 떠났다"고 비난했다.

    "그가 남긴 것은 KBS를 통째로 삼켜 죽이는 '수신료 분리징수 쓰나미'"라며 "이 죽음의 쓰나미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당장 10월 재정파탄의 단계가 남았다"고 우려한 KBS노조는 "우리는 이를 단계별로 경고해왔지만 김 사장은 이 같은 충고를 다 무시하고 결국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이제는 생존과 개혁 그리고 정상화를 완수하고, 웹1.0에서 웹3.0으로 최소 2단계를 도약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KBS가 아무리 잘한들 이를 혼자서 이룰 수는 없다. 정부·국회와 돌파구를 고민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받지 못하면 공영방송의 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 앞에서 KBS가 걸어온 잘못된 길에 대해 사죄하고, 개혁 투쟁과 정상화 투쟁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한 KBS노조는 "우리와 함께 거친 길을 뚫고 동행하자"고 KBS 구성원들에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