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밋밋한 콘크리트 바닥… 화분 주변엔 균열 흔적도전문가 "서울로, 접근 인프라 많이 떨어져… 무리한 유지보다 철거 고민해야"서울시의원 "서울로, 박원순 서울시의 전시행정… 철거되는 것이 마땅"시민단체 "서울역, 경관 타 선진국에 비하면 초라해… 높아진 국격에 걸맞지 않아"
  • ▲ 서울로 7017이 서울역사 인근을 관통하고 있다. ⓒ김성웅 기자
    ▲ 서울로 7017이 서울역사 인근을 관통하고 있다. ⓒ김성웅 기자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협력해 서울역 일대를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과정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혈세 수백억원을 투입해 만든 '서울로 7017'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막대한 관리비로 세금을 축낼 뿐만 아니라 미관까지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26일 '서울로 7017'을 찾아 직접 현장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서울역에 도착하자 건물과 맞닿아 있는 '서울로 7017'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지하철 서울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정면으로 쭉 걸으면 고가도로와 곧바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 ▲ 서울로 7017에 설치된 콘크리트 화분에 균열이 생긴 흔적이 있다. ⓒ김성웅 기자
    ▲ 서울로 7017에 설치된 콘크리트 화분에 균열이 생긴 흔적이 있다. ⓒ김성웅 기자
    '서울로 7017'에는 산책을 하는 사람이 가끔 있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썰렁해 보였다. '서울로 7017'에는 콘크리트 화분이 놓여 있다. 그 수만 640여 개다. 곳곳에 배치된 콘크리트 화분을 둘러보니 가장자리에 균열이 일어났는지 땜질과 덧칠한 흔적이 있어 너저분해 보였다.

    콘크리트가 벗겨져 철근이 드러난 바닥을 반투명 덮개로 덮어둔 모습도 보였다. 

    '서울로 7017'은 미국 뉴욕에 있는 하이라인파크를 모델로 삼아 기존의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변경한 구조물이다. 그러나 서울로는 하이라인파크와 비교했을 때 바닥의 녹지가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

    '서울로 7017'은 여전히 과거 고가도로였던 시절처럼 밋밋한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각종 식물 등이 심어져 있는 화분도 바닥과 같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서울로 7017'에서 가장 많이 띄는 색깔은 회색이었다.

    오후가 되자 '서울로 7017'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는 햇볕을 받아 후끈거렸다. 콘크리트 화분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벤치는 직사광선을 받아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 ▲ 서울로 7017 위에 노출된 철근이 덮개로 가려져 있다. ⓒ김성웅 기자
    ▲ 서울로 7017 위에 노출된 철근이 덮개로 가려져 있다. ⓒ김성웅 기자
    "서울로, 전형적인 전시행정… 무리하게 유지하기보다 철거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서울로 7017'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회의적으로 언급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서울로는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 인프라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고가도로에 설치된 서울로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국내 기후 조건을 봤을 때 서울로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리하게 서울로를 유지하기보다는 철거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선택지"라고 부연했다.

    양승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걷는 보행로라면 뚜렷한 목적지가 있어야 하지만, 서울로는 목적지가 없기 때문에 보행자들이 왔던 길을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주변에 재미있는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SNS에 사진을 올리려고 방문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 행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서울로 7017'의 본질적 문제를 짚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서울로는 박원순 전 시장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보행로 기능도 상실했고 관광지로서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운영·관리비가 200억원 이상 들어간 서울로는 현재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 서울로는 철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옥재은 서울시의원은 "고가도로 역할을 하던 서울로를 보행자로로 개조한 이후 일대 교통난이 극심해졌다. 서울로로 인해 남대문시장과 명동으로 진입하는 차량 통행량이 줄었다. 결과적으로 서울로로 인해 그곳 상권들이 활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서울로 7017'을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대외협력실장은 "서울은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다.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이자 교통 허브인 서울역은 그 주변 경관이 타 선진국에 비하면 많이 초라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숭례문에서 진입하는 시각으로 봤을 때 서울로는 서울역광장을 가린다. 국가상징공간 조성의 일환으로 서울역광장을 정비하더라도 서울로 때문에 경관이 많이 훼손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옆 나라 일본의 도쿄역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임에도 역 주변의 경관이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는 "서울로는 몇십억원을 들여 유지·관리할 만한 가치가 없는 구조물"이라고 꼬집었다.

    오 대표는 "서울로는 관광지로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서울로는 점심시간에 인근 직장인들이 커피를 마시다 간혹 찾는 곳이지만 그마저 불편한 접근성 때문에 요즘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 ▲ 서울로 7017의 보행로에 균열이 발생했다. ⓒ김성웅 기자
    ▲ 서울로 7017의 보행로에 균열이 발생했다. ⓒ김성웅 기자
    '관리 업무' 민간에 위탁하기도

    서울로에는 2017년 개장 첫해 일평균 3만2954명이 방문했으나, 이후에는 △2018년 1만9062명 △2019년 2만2332명 △2020년 1만8611명 △2021년 1만9506명 △2022년 2만646명 △2023년 1만8298명으로 찾는 사람들이 들쑥날쑥했다.

    같은 기간 관리 비용 현황은 개장 첫해인 2017년 14억3189만원, 이후에는 △2018년 43억2577만원 △2019년 47억6934만원 △2020년 37억1034만원 △2021년 37억4506만원 △2022년 22억3258만원 등 막대한 예산이 사용됐다.

    서울시는 2019~21년 서울로의 홍보·마케팅·식물관리·환경정비 등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역광장 주변이 지저분한데 그 일대를 정비하고 중장기적으로 광화문광장처럼 확장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역 국가상징공간 조성사업은 서울역광장이 주요 지점으로, '서울로 7017'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서울로 7017은 저조한 방문객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성웅 기자
    ▲ 서울로 7017은 저조한 방문객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성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