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 위원, '尹 발언 소송'서 MBC 측 변호인 맡아방심위 與 위원들, 정민영 위원 권익위에 고발 예정정연주 해촉무효소송 맡고 '위원장 호선' 참여 시도법조계 "판사가 피고인 사건 수임한 꼴… 해촉사유"
  • 방송 내용과 인터넷 상의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원회(방심위)의 야권 추천 위원이 심의대상인 MBC의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사인 정민영 방심위원은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보도한 MBC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MBC의 변호를 맡았고, 손석희 전 JTBC 대표의 동승자 의혹 보도 사건에서도 SBS와 MBC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정 위원이 임기 중 '직무관련자'인 방송사의 송사에 참여한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이 방송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회피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징계를 받도록 돼 있다.

    방심위 여권 위원들도 정 위원이 MBC 등의 변론을 맡은 것은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분하고 방심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류희림 상임위원 등 여권 위원 4명은 정 위원을 방심위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기로 했다.

    여권 위원들은 29일 이번 사안에 대한 소명 요청 공문을 정 위원에게 보낸 뒤 이해충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즉각 권익위에 고발할 방침이다. 여권 위원들은 오는 31일 이번 논란에 대한 긴급 전체회의도 열기로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 위원은 "변호사로 담당했거나 담당하고 있는 언론사건이 (심의에) 상정되는 경우 그 사실을 다른 위원들에게 알렸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은 2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MBC의 일부 사건을 대리한다는 사실은 방심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수차례 밝혔고, 사무처나 다른 위원들도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며 법률대리인으로 관여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심의에 참여한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러나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위원은 MBC의 소송대리인으로 등재된 기간, MBC에 대한 방송심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객관성 위반으로 심의를 받을 때 방심위 소위에 참석한 정 위원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밝혔고, 같은 해 11월 29일 MBC '뉴스데스크'가 관련 심의를 받을 땐 "어떻게 보더라도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은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없음 의견"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정 위원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상근변호사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7월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고 제5기 방심위원으로 위촉됐다. 임기는 내년 7월 22일까지다.

    정연주 전 위원장, 이광복 전 부위원장 소송대리도 맡아

    한편 정 위원이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전 방심위부위원장의 해촉무효 소송(해촉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리하고 있는 점도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방심위는 지난 28일 '후임 위원장' 호선을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는데, 정 전 위원장 등의 소송대리를 맡은 정 위원이 참여하려 하자 논란이 일었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우석 여권 위원은 "로펌 한 곳에서 이 부분에 대해 검토를 받았는데, 신임 위원장 임명 결의에 정민영 위원은 '전임 위원장 등의 해촉이 부당하다'고 소송대리를 하는 입장으로, 당연히 신임 위원장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기 힘들다. 제척·회피 사유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허연회 여권 위원도 "지인 변호사에게 이 문제를 물으니, 전임 위원장 해촉이 부당하다고 소송대리를 맡아놓고 위원장 임명 투표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의뢰(법률 자문)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정민영 위원은 "위원장 호선은 8명의 위원이 어떤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출할지 여부에 대한 의결로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의 대리를 맡는 것과는 별개"라며 "제척이나 회피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옥시찬 야권 위원도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업무가 다르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법률대리 업무와 위원장 선임 업무는 전혀 별개라 제척 등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주원의 조상규 변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직 방심위원이 피감대상이자 피규제기관인 방송사의 소송을 수임하고 전 방심위원장의 해촉무효 소송을 맡은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로, 해촉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규제기관이 규제를 하는 위원에게 사건을 맡긴 것은 일종의 '보험성 사건의뢰'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정 위원이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함으로써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가 피고인의 사건을 수임한 꼴이 됐다"고 개탄한 조 변호사는 "법조인인 정 위원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알고도 참여한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