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취임 첫 해 정율성 유족이 포상 신청… 청와대가 긍정검토막상 심사해보니 '활동 내용의 독립운동 성격 불분명'… 심사 부결국민의힘 "6·25 선봉 선 정율성 기념이라니, 대한민국 정체성 부정"
  • ▲ 중국을 떠받들던 문재인 전 대통령. ⓒ채널A 방송화면
    ▲ 중국을 떠받들던 문재인 전 대통령. ⓒ채널A 방송화면
    문재인정부가 북한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하고 6·25전쟁 당시 중국 공산당에서 응원대장 역할을 한 정율성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는 절차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율성 서훈 절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인 2017년 12월13~16일 방중(訪中) 직후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에서 착수했다. 

    정율성의 유족은 2017년 12월29일 경기남부보훈지청에 포상 신청을 했고, 보훈처는 곧바로 심의에 들어갔다. 당시 청와대도 보훈처에 추서를 긍정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훈처 내부에서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북한에서 지역 선동부장을 맡고 인민군가를 작곡한 인물을 대한민국 유공자로 추서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율성이 해방 전 중국으로 넘어가 항일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이에 2018년 제3회 독립유공자 제1공적심사위원회 제3분과 위원회의에서 정율성의 서훈은 '활동 내용의 독립운동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부결됐다.
  • ▲ 공산주의자 정율성이 1947년 김일성으로부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 공산주의자 정율성이 1947년 김일성으로부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강기정 광주시장과 일부 좌파 단체는 정율성이 독립지사인 것처럼 알리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당시 보훈처에서도 사실상 정율성의 독립운동활동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정율성 국가유공자 만들기'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현재 광주시가 국비 48억원을 투입한 정율성기념공원 계획에 착수한 것도 문재인정권 막바지였던 2020년이다. 

    강 시장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활동했다. 

    본지 14일 자 <'中 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정율성 역사공원 광주에 조성… "중공군을 왜?" 비판 봇물> 보도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에 "안중근·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강 시장은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강 시장은 "항일 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라며 "그 아픔을 감싸고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의 정율성 띄우기는 중국을 떠받들던 당시 정권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夢)과 함께하겠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 중국 방문기간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하면서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路)'가 있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이 '정율성로(路)'에 있는 그의 생가를 찾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정율성은 광복 이후인 1946년 1월 북한으로 넘어갔다. 황해도 해주에서 정율성은 노동당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북한군의 사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조선해방행진곡' '조국의 아들' '인민공화국의 가치' 같은 북한 군가를 지었다.

    1939년에는 중국 시인의 가사를 바탕으로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했다.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도 했다. 당시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해 '백운산을 노래하자' '중국인민지원군행진곡' '영예로운 지원군' 같은 군가를 만들어 자유 대한민국의 목을 옥죄는 데 앞장섰다. 

    정율성은 1956년 연안파 숙청 당시 중국으로 귀화한 뒤 1976년 중국인으로 죽어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묘에 묻혔다. 2009년는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됐다. 북한은 1991년 <'음악가 정률성>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 ▲ 정율성 흉상. ⓒ뉴데일리 DB
    ▲ 정율성 흉상. ⓒ뉴데일리 DB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을 전쟁의 잔해로 뒤덮고 수많은 선조의 피를 이 땅에 뿌리게 했던 자들의 선봉에 섰던 자를 기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적 테러'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광주시가 올해 말까지 정율성기념공원을 짓겠다고 하고, 문재인정권에서는 정율성을 대한민국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는 절차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을 향해 공산주의 정신을 기리고 싶은 간첩이 아니냐는 국민 비판이 뜨겁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정율성이 작곡했던 조선인민군행진가는 6·25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웠고, 그가 만든 군가 속에 우리의 수많은 군인과 선조가 피 흘리며 죽어갔다"며 "북한군과 공산주의 영웅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리겠다는 정신 나간 소리는 대체 어떠한 개념을 머릿속에 장착해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김 대변인은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싶은 것인가? 북한을 찬양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싶은 것인가? 혹시 대한민국 혈세의 사용처를 정할 수 있는 위치의 위정자 중에도 북한과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기리고 싶어하는 자들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짓밟고 자유민주주의 심장 광주를 욕보인 강기정 광주시장은 당장 사퇴하고 국민과 광주시민에 석고대죄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문재인정부는 2018년 보훈처에서 정율성 포상이 부결로 일단락되자 이듬해인 2019년 6·25 남침 주범(主犯)으로 꼽히는 김원봉 서훈에 나섰다. 의열단장이자 조선혁명간부학교장이던 김원봉은 본명이 정부은인 정율성에게 '음악으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율성(律成)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