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청구, 법원 재판 규범이 될 수 없는 런던의정서에 기인""국제 재판 관할권이 무제한적으로 확대되는 부당한 결과 초래할 것"
  •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연합뉴스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연합뉴스
    부산시민단체들이 일본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 청구 소송이 3년 만에 각하됐다.

    부산지법 민사6부(부장판사 남재현)는 17일 원고인 '부산 고리원전 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나 상소가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부적법한 것으로, 내용에 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료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소송의 근거로 제시한 런던의정서 등과 관련 "조약 당사국의 국민이 다른 조약 당사국의 국민을 상대로 금지 청구 등에 구제 조치를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산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 측 청구는 이 법원의 재판 규범이 될 수 없는 조약에 기인한 것이어서, 소의 이익이 없고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런던의정서는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각종 폐기물을 바다에 무단배출·투기하지 않도록 한 국제적 약속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 국민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한 "법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의 해석 태도 등에 비춰보면, 이 법원에 민법 217조에 의한 국제 재판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부분 청구 역시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217조(매연 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 금지)는 토지 소유자가 매연·열기체·액체·음향·진동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토지 소유주를 일본으로 보고, 이웃 거주자를 대한민국으로 해석해 이를 근거로 내세운 원고 측의 주장 역시 부적합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집행의 대상이 모두 일본국에 소재하여 이 법원의 판결에 의한 집행의 실효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우리나라에 토지를 소유하거나 거주한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생활 방해 행위에 대한 금지를 우리나라 법원에 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같은 유형의 소송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의 국제 재판 관할권이 무제한적으로 확대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부산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한 지 햇수로 3년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부산지역의 166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부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021년 4월22일부터 해당 소송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원고 측 변호인은 "이런 식이면 협약에 가입한 국가·개인·회사가 (오염수 등을) 투기해도 막을 수 없다"며 "항소해서 런던의정서를 이 사건의 판단 규범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계속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