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5일 광복절 경축식 행사 마친 뒤 부친 입원한 병원 직행尹 도착 20분 뒤 숨 거둬…대통령실, 윤기중 교수 마지막 말 소개"'잘 자라줘서 고맙다' 마지막 말…최근 의식 있을 때 당부한 것"尹, 방송서 "술 먹고 밤늦게 돌아다니다 아버지에게 혼 많이 났다"
  • ▲ 윤 대통령이 대학원시절인 1985년 부친 고 윤기중 교수(오른쪽)와 함께 등산을 가 찍은 사진. ⓒ대통령실 제공
    ▲ 윤 대통령이 대학원시절인 1985년 부친 고 윤기중 교수(오른쪽)와 함께 등산을 가 찍은 사진. ⓒ대통령실 제공
    15일 별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92) 연세대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15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인의 최근 건강 상태에 대해 "최근 안 좋기는 했다"며 "(윤 대통령은) 오늘 광복절 행사를 마치고 미국 가기 전에 (부친을) 뵈러 가려 했다"며 "(고인이)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임종 직전에 한 말은 아니고 최근 의식 있을 때 당부한 말이라고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일정이 끝난 뒤 곧바로 부친이 입원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을 찾아 임종을 지켰다. 고인은 윤 대통령이 도착하고 20분 뒤쯤 운명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조화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김대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윤 대통령이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니 슬픔이 클 것이다. 너무 상심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도 조화를 보내 윤 대통령을 위로했다.

    고인은 윤 대통령의 성장과정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부자지간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았는데, 이는 고인이 1979년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좌천되는 등 고초를 겪었을 때, 2019년 검찰총장 취임 후 벌어진 조국 사태, 이후 대선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고인에게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과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에게 고인은 '제 1멘토'이기도 했지만, 엄격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술에 취해 친구 등에 업혀 귀가한 윤 대통령의 엉덩이를 고무 호스로 후려치거나, 윤 대통령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윤 교수에게 업어치기를 당하고 이튿날 등교하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한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 또한 원칙을 중요시하는 분이었다. 대학 다닐 때도 아버지에게 맞았다. 술 먹고 밤늦게 돌아다니다 혼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도 안 하고 친구들과 맨날 밤늦게 다니니 고무호스를 접어서 실로 묶어 놓으셨더라. 맞고 나니 술이 다 깼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학교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모친 최성자 여사에게 크게 혼날까 봐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더 관대했던 고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집 밖을 서성였다고 한다.
  • ▲ 윤석열 대통령 가족사진.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 가족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주도(酒道)도 고인으로부터 배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2021년 3월 월간조선에 실린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윤석열의 모든 것'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연희동 집에서 윤 명예교수가 따라주는 '마패'라는 브랜디를 자주 마셨다. 윤 명예교수는 연희동 자택 지하실로 윤 대통령 친구들도 불러 직접 주도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한다.

    고인은 윤 대통령이 검사가 된 뒤에는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고도 거듭 당부했고,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한 뒤 다시 검찰에 복귀했을 때도 크게 반겼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 고인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17일까지 사흘간 치러진다. 윤 대통령은 조화와 조문을 사양하겠다는 뜻을 대통령실을 통해 밝혔지만, 각계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