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혁신안 반대하는 건 당원들 명령에 대한 집단 항명"박찬대 "혁신안은 민주당 승리 바라는 당원의 절절한 요구"강성 당원 5만 명 '김은경 혁신안 이행 요구' 청원… 압력 가해
  • ▲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혁신안 수용을 촉구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이 혁신안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집단반발하자 친명계가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박찬대·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투표 반영 비율을 없애는 내용의 혁신안 수용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 일각에서 혁신안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1인1표제가, 당원 직선제가 안 된다는데 무슨 이유로 무슨 명분으로 이를 반대한다는 말인가"라며 "이것은 국민의 명령, 당원들의 명령에 집단항명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김은경 혁신위를 반대하는 자,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며 "대통령직선제가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에서 촉발되었듯이 민주당 당원 직선제, 민주당의 8월 민주항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미 봇물이 터졌다. 이를 막을 수도 없거니와 막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혁신안은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의 절절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현역 의원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당원들의 지지도,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김은경 혁신안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가 아니다. 당의 역사와 집단지성이 만든 오랜 민주당의 혁신 의지의 결과"라며 "국민과 당원께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혁신 의지가 실천으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회의에서 비명계 의원들은 혁신안과 관련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 10일 활동을 조기 종료하며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투표를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제안했다. 기존에 대의원투표 30%였던 투표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로 조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극단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비명계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은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친문계 의원모임인 '민주주의4.0'도 성명을 내고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위기에 빠진 민주당에 필요한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혁신안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렇게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친명계 의원들이 당 공식 회의에서 혁신안 수용을 위해 '힘 실어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의원 폐지는 그동안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이 거듭 주장해왔던 개혁안이기도 하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김은경 혁신안 이행 요구'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은 14일 오후 2시30분 기준 5만3528명의 동의를 얻었다. 당 지도부는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반드시 답변하게 돼있다.

    이와 관련,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의총도 있어 자연스럽게 (논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28~29일 열리는 의원 워크숍에서 혁신안 수용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비명계는 여전히 혁신안 반대 방침을 고수해 계파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문계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의원제가 (혁신의) 본질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대의원의 권한을 없애는 것, 대의원의 권한을 전혀 상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혁신안을 두고 당내 논쟁이 벌어진 것과 관련 "변화에 대해서는 언제나 여러 가지 논쟁들이 있게 마련"이라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