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해광 대신 덕수 출석… 김형태 변호사 나와 변론이화영 "해광 해임 의사는 아내의 오해… 나는 신뢰한다"검찰 "덕수 측, 미션 받고 온 것 아닌가? 이화영 의사 반영해 변호하나"김형태 "당신이 여기 변호사냐" 고성… 순식간에 법정 아수라장재판장도 '호통'… 변호사는 "이런 재판은 처음" 돌연 퇴정
  •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의 키맨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또다시 난장판이 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8일 오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속행공판을 열고, 앞서 이 전 부지사의 아내가 법무법인 해광 변호인 해임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에게 견해를 물었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2장 분량의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는 서면에서 "법무법인 해광은 피고인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변론했고, 그에 따라 (변호사에 대한) 신뢰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이어 "(해광을 해임하겠다는 부인의 의사와 관련) 배우자가 오해한 거라 그 오해를 신속하게 해소해 정상적인 재판 절차가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할 부적절한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판사님이 허락해준다면 다음 기일에 그동안 저를 변호해온 해광 변호사 두 분과 함께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며 "다음 기일인 이달 22일까지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는 진행되는 재판 절차를 따르겠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당신이 여기 변호사냐"… 순식간에 아수라장 된 법정

    이날 재판은 검사와 변호사 간에 수시로 고성이 오갔다.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재판부가 호통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법무법인 해광 소속 변호사를 대신해 법정에 자리한 김형태 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에게 그간 재판 과정에 이유 없이 참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민주당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의혹사건' 특별검사로 추천했던 인물이다.

    검사가 "7월25일에 왜 무단 불출석했느냐"고 묻자, 김 변호사는 "나오고 안 나오고는 우리 사정"이라며 "(불출석 사유를) 물을 권리가 검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검사는 "이의가 있다. 변호인이 피고의 의사에 맞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당신이 여기 변호사냐"고 검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도 웅성대며 순식간에 재판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소란 속에서 검사는 "검사에게 당신이라고 하는 것이 맞느냐"고 항의했다. 재판장도 "변호사님,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일단 법정에서는 소송관계인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대표변호사 '돌연 퇴정'

    이날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하에 조기 종료됐다.

    특히 김 변호사는 약 10분간의 휴정시간을 가진 후 얻은 발언 기회에서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러 나왔다"며 "이 재판에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특히 전무후무하게 공소사실 특정도 없이 1년간 진행되는 이 재판에서 제가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사임 의사를 함께 밝혔다.

    그러자 검사는 "지난 7월25일에도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공전됐고, 법무법인 덕수는 재판 기록을 제대로 검토한 적도 없다"며 "김 변호사도 지금 기록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사는 "증거의견을 낸다거나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다거나 이들 모두 피고와 전혀 조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검찰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발끈한 김 변호사는 "무슨 미션을 받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양측 간 고성이 이어지자 재판장이 "변호사님"이라고 소리치는 등 다시 제지하고 나섰다.

    재판부의 만류에도 김 변호사는 "왜 소리를 지르느냐. 누구한테 미션을 받았다는 것이냐"며 "이런 재판은 처음 본다. 퇴정하겠다"고 돌연 법정을 뛰쳐나갔다.

    이화영 "오늘 증거의견서를 법정에서 처음 봤다"

    김 변호사가 떠난 후 검사는 "김 변호사는 피고의 의사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인 자신의 입장에 따라 (발언한다)"며 "정치적 입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퇴정하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재판부 기피신청서 등) 서류들도 피고의 의사를 물은 후에 접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의견서·재판부기피신청서 등 피고인 의견이 반영됐느냐"고 이 전 부지사에게 직접 물었다.

    이 전 부지사는 "읽어본 적이 없다. 여기서 처음 봤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재판부는 구속 상태인 피고인이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예정됐던 이날 재판을 오는 22일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