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행사장 화장실 청소 동원에 불만 표출"공무원 동원해 화장실 청소하려 했지만, 노조가 강력히 항의해 취소"전북·부안 공무원들, 잼버리 개최 전 답사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 논란
  • ▲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부안에서 열린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놓고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인근 지자체 공무원들이 행사장 화장실 청소에 강제동원됐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4~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북지역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문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잼버리 야영장 내 화장실과 샤워실이 지저분하고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조직위원회 측은 전북도·김제·부안 공무원들을 청소에 투입했다.
  • ▲ 전북 지역 공무원 노동조합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전북 지역 공무원 노동조합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개된 공지문을 보면 "뜨거운 날씨,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장 파견근무를 해야 하는 조합원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이라며 "조직위원회 책임자를 만나 불편사항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책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 제가 본 현장은 한마디로 개판 오 분 전이었다. 어떻게 이 지경으로 국제 행사를 치를 수 있나 싶을 정도"라고 쓰여 있다.

    공지문은 이어 "(전북)도에서 긴급히 도청·부안·김제 공무원들을 동원해 화장실 청소를 하려 했지만 노동조합에서 강력히 항의해 취소됐다. 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닌 푸세식(재래시) 화장실이었다"며 "11개국에서 온 외국 청소년들의 눈에는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한 풍경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에게 전달된 청소 체크리스트에는 "변기 뚜껑을 열어 변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항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공지문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직원 휴식공간 없음' '사전 협의된 업무와 다른 일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지시' '조직위 관리자 간 업무분장으로 자주 다투거나 혼선 발생' '원활한 식사 불가' 등이었다.

    이 관계자는 "위 사항들에 대한 답변이 내일까지 없을 경우 다음주 월요일(7일)부터 (전북) 14개 시·군 모두 보이콧하겠다고 전달하고 왔다"며 "추후 진행사항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 ▲ 전북 지역 지자체 공무원의 지원 요청 공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전북 지역 지자체 공무원의 지원 요청 공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북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의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도 공유됐다.

    공문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지 내 정비인원 부족으로 샤워실 및 화장실 등의 이용시설이 열악한 상태"라며 "이에 시설 확인 및 정비할 수 있도록 각 시·군에 아래와 같이 인력 지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지원 요청 인력은 전주·군산·익산·김제·부안·고창 등 지역에서 각 100명씩 총 600명으로 기재됐다.

    해당 글에는 현직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실태를 고발하는 댓글을 남겼다. 전북도청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동원을) 보이콧한 건 14개 시·군 직원들이고 도청 직원들은 지금도 새벽 4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2시부터 23시까지 근무하는 조를 짜서 아직도 화장실 상태를 체크하러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잼버리 답사' 명목으로 해외 출장 99회… '외유성 출장' 논란도

    한편, 새만금 잼버리 개최를 앞두고 관계 공무원들이 축제를 배우겠다며 지난 8년간 총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선정된 2015년 9월 이후 출장보고서 제목에 '잼버리'가 포함된 건수는 총 99건이다. 전라북도가 55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안군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 여성가족부 5회, 농림축산식품부 2회 순이었다.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뽑힌 2017년 8월16일 이전에는 유치전 성격의 출장이, 이후에는 선진 문물 탐방 목적의 출장이 많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을 살펴보면 '외유성 출장'에 가까운 일정들이 다수 포함돼 있거나, 잼버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일정도 많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출장을 떠났다. 이들은 출장 목적으로 '영국의 잼버리 대회 개최지 연구 및 파리의 우수 축제 연구'를 제시했다. 그러나 런던은 100년도 더 지난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열었고, 파리에서는 잼버리가 개최된 적이 없다. 출장 일정도 영국 버킹엄궁전·웨스트민스터사원, 프랑스 몽마르뜨 포도축제·몽생미셸수도원 방문 등 관광 코스로 짜여 있었다.

    게다가 부안군 공무원들은 잼버리 개최가 확정된 뒤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 홍보'라는 명목으로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최장 6박7일간 크루즈 팸투어와, 2019년 12월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 크루즈 터미널 방문 등을 떠나기도 했다.

    공무원이 아닌 부안군 군의원도 잼버리 관련 명목으로 출장을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7월25일부터 9박11일간 이한수 의장 등 군의원 5명과 의회 사무과 직원 3명 등 8명은 미국을 출장 차 방문했다. 

    이들은 출장 목적으로 '미국 잼버리를 직접 참관하고 운영 사례를 습득하기 위해'라고 썼지만, 정작 잼버리가 열린 '찰스턴'에 체류한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남은 기간은 찰스턴과 한참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DC에서 자유의여신상·월스트리트·첼시마켓·타임스퀘어 등을 방문하는 데 썼다. 출장 경비는 3294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