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직 지시받고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유통검거된 조직원 중 현직 이동통신 대리점 점주도 있어단속 피하기 위해 중계기 소형화… 기존 크기의 4분의 1
  • ▲ 신형 중계기 테스트 현장 및 압수물 ⓒ서울동부지검 제공
    ▲ 신형 중계기 테스트 현장 및 압수물 ⓒ서울동부지검 제공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발신한 인터넷 전화번호 앞자리 '070'을 정상적인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꿔준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중국 총책의 지시로 마약을 매매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25일 국내 중계기 사무실 관리 총책인 A씨(31·태국)와 대포 유심 유통조직 총책 B씨(27) 등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이 조작한 번호로 피해가 확인된 금액은 최소 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으로부터 밀수한 중계기 부품을 국내에서 다시 조립한 후 사무실 26곳에 분배하는 역할을 맡았다.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21명으로부터 약 3억5581만원을 가로챈 혐의(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등)도 받는다.

    B씨 등은 중계기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무선 라우터와 대포 유심 등을 중계기 운영자에게 유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지난 6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수당 등으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검거된 조직원 중에는 현직 이동통신 대리점 점주 C씨(38)도 있었다. C씨는 불법으로 구입한 외국인 여권으로 유심 가입 신청서를 위조해 대포 유심 약 390개를 개통하고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이를 개통,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계기 조립과 운반책을 담당했던 조직원 중에는 '고액 단기 아르바이트'로 소개받고 들어온 17세 미성년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당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하고, 역할을 철저히 분담해 조직적인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 조직이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필로폰을 매매한 사실도 확인됐다.

    합수단은 중계기 621개와 대포 유심 2832개 등을 압수하고 이를 분석해 총 73차례에 걸친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뤄진 사실을 포착했다.

    또 합수단은 일당이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 소형 '신형 중계기'를 개발한 사실도 적발했다. 신형 중계기는 기존 중계기의 4분의 1 크기로 분전반 등에 숨길 수 있고 3G 전파 탐지에도 걸리지 않는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에 대해서는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불법체류 태국인을 중계기 운영자로 모집한 외국인 모집책들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추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대포 유심 유통 등 보이스피싱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범죄에 엄정대응할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 ▲ 범행 조직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 범행 조직도 ⓒ서울동부지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