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확립 관련 법안 처리, 매번 국회 문턱서 좌절"작은 행동 하나 잘못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 ▲ 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이초에서 마련한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여교사는 18일 1학년의 한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다. ⓒ배정현 인턴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이초에서 마련한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여교사는 18일 1학년의 한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다. ⓒ배정현 인턴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제도와 문화로 인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련 조례 등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현장 교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속적인 노력에도 지난해 3000건이 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학교에서 심의·처리됐는데, 침해 유형이 다변화하고 그 정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 부총리는 "특히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총리는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그러면서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학생을 지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며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고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할 때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보호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과정을 지원하겠다"며 "교사와 학부모 간의 상담을 선진화해 교원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한 이 부총리는 "교육부는 교권을 확립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돼 균형 잡힌 교육현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두둔하고 있는 친(親)전교조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부,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도적 정비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제정·공포한 이후 광주·서울·전북·충남·제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한 반면 책임과 의무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리의 범위도 모호해 확대해석 또는 악용의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학생 인권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이들을 교육하고 가르치는 교사들의 권리는 철저히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0여 년 동안 이어져온 학생인권조례의 각종 부작용과 관련해 이 부총리가 개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교권 확립 관련 법안 처리는 매번 국회 문턱에서 막혔다.

    지난해 12월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의 학생부에 징계 기록을 남기는 법안인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이 그랬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도록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충남도의회에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힌 상태라 곳곳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교육계는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괴롭힘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8년 2244건, 2019년 2435건, 2020년 1081건 등 문제가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발생 건수는 줄었지만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성폭력 범죄' 등은 2018년 7.9%(180건), 2019년 9.4%(229건), 2020년 12.7%(137건)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또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육활동 침해 2269건 중 7.5%(171건)는 학부모에 의한 침해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 시기 학생의 심리정서 실태 분석' 보고서에서는 교사들이 학생 지도의 어려움으로 '학부모의 비협조(55.8%)'를 가장 많이 꼽기도 했다. 

    일선 학교 여교사 A씨는 "학교도, 학부모도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학생 지도와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권보호위원회가 있다고 해도 학부모들로 구성돼 있어 의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남교사인 B씨도 "작은 행동 하나 잘못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일이 비일비재"라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