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국내 매체와 연쇄 인터뷰7일 저녁 김포공항 도착…'시위대 항의'에 2시간 발 묶여"국제사회, 후쿠시마보다 '북핵 개발'에 더 관심 가져야""집권해도 IAEA와 상대하지 않을 것인가" 민주당에 일침"국제전문가 이견 없어…IAEA 최종보고서 日 편향 아냐"
  •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제사회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후쿠시마가 아닌 북핵"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북핵 개발과 관련해서는 최전선에 있는 나라"라며 "우리 모두가 여기(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보다 북핵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한 이유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라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 우려가 잦아들 수 있도록 대중과의 소통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저녁 입국 당시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 시위에 맞닥뜨린 데 대한 당시 인상을 언급했다.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시위대는 "해양 투기 반대한다" 피켓 등을 들고 "그로시는 한국을 떠나라" 등 구호를 외쳤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공항에 약 2시간 동안 발이 묶여 있다가 8일 오전 0시50분께야 눈에 뜨지 않는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부 사람들이 이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가 그 때문"이라며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과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모든 국제적인 기준 이하다. 나도 마실 수 있다. 그 안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면서 후쿠시마 처리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핵 개발 상황에 대해 "메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언제든 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핵 개발) 시설이 매우 크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엔 영변에만 핵 개발 시설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른 곳에도 핵 무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더 많은 경수로와 (핵) 농축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한국과 국제사회 모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 정치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집권해도 IAEA를 상대하지 않을 것인가"라며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야당도 만약 정권을 차지한다면 IAEA와 상대해야 하지 않느냐"며 "나는 야당을 설득할 권한도 계획도 없지만 후쿠시마 문제와 관련해 IAEA가 내린 결론에 대해 야당에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방류 이후 발생할 일에 대해서도 현장에 상주하면서 수십 년간 검증할 계획이다. 최후의 한 방울까지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가 함께 하겠다"라며 후쿠시마 처리수의 안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북한이 오판해 핵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거듭 우려를 표하며 "최근 포착된 동향은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이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나는 언제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하는데 북한의 완전한 고립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입국을 앞두고 7일 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정의당, 민노총, 시민단체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며 그로시 총장의 입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입국을 앞두고 7일 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정의당, 민노총, 시민단체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며 그로시 총장의 입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IAEA 종합 보고서 작성에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해 대해서도 "이견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번 보고서는 IAEA의 최종적이고 종합적인 보고서"라며 "한 전문가가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 보도된 걸 봤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보고서는 규칙과 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IAEA 보고서가 일본의 요청으로 작성돼 '편향된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는 "보고서는 전혀 일본에 편향된 것이 아니고 IAEA가 한 일도 일본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일본은 자신들의 처리 절차가 국제 안전 규범에 맞는지 살펴봐달라고 IAEA에 요청한 것이고 이것은 오히려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IAEA는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안전 검토 결과 일본의 바다 방류 계획이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이같은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4~7일 방일을 마친 뒤 한국을 방문, 9일까지 머물며 국내 매체와 연쇄 인터뷰를 가진 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박진 외교부장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 등 국내 관계자들과 차례로 면담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처리수에 대한) 국제기구의 과학적 조사 결과를 괴담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은 '천동설'이라는 괴담을 근거로 종교 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이같이 말하며 "과거 이 나라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 천안함 자폭설 괴담, 세월호 고의침몰설 괴담의 사례에서 보듯이 후쿠시마 괴담도 결국은 과학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