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호 쇄신안 '불체포특권 포기' 답보… "허수아비 혁신위" 우려 '시간부족' 이유로… 총회 열고도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 안 해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쇄신안으로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이 일주일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혁신위 출범 때부터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허수아비 혁신위'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 6월30일 혁신위원으로 합류한 황희 민주당 의원은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관련해 "당내에서 논의할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서명한 것을 두고는 "물론 엄청난 결심을 하셨지만, 이것은 겉에서 보면 사실상 10개월짜리 한시적인 것"이라며 "22대 (국회가) 되면 다 다시 사인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으로 실천 의지만 보여주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간단한 서명조차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며 "립서비스 차원일 뿐 속마음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 6월23일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에는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청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이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제안을 존중한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는 식의 원론적 견해를 내놨다. 

    민주당은 앞서 노웅래·이재명·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의원들 자유투표에 맡겼지만 결국 부결을 이끌어냈다. 

    혁신위 제안에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 총의를 모을 것"이라는 민주당 지도부의 약속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30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불체포특권 포기 등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 쇄신안과 관련 "추후 열릴 정책의총 등에서 아마 보고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논의와 뜻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거듭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혁신위 무용론'이 재점화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28일 CBS 라디오에 나와 "혁신위의 1호 안건을 당이 거부하게 되면 혁신위 무용론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혁신위 출범 당시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허수아비 혁신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이 대표가 임명한 혁신위원장이 제대로 당을 쇄신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었다. 여기에 혁신위 구성원 대부분이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돼 인사 편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혁신위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를 알고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허수아비가 된 혁신위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 소속 의원들을 '패싱'하는 혁신위의 소통 방식에 따른 불만도 제기된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혁신위가 일반 의원들과는 소통하고 있지 않다"며 "선수별로나 상임위별로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혁신위 요구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29일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다 가결을 정한다는 것도 웃기지 않나"라며 "아직 체포동의안이 오지도 않았는데 타인의 문제에 대해 어떤 의사를 가질 것이냐고 정하라고 하는 것은 좀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이 20여 명이다. 향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전부 다 가결시키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의원은 "유불리를 따지면 해야 할 것을 아무것도 못한다"며 "그런 것 따지지 말고 바른 길로 가라는 것이 혁신위의 요청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혁신위 관계자는 당내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당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요구를 회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유야무야되도록 저희가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민주당 혁신위는 2호 쇄신안으로 '꼼수탈당' 방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의 코인 보유 논란에 휩싸이자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혁신위는 당헌·당규의 자진탈당자 복당 벌칙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