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정답이 있는 분야… 100명이 아니라고 해도 1명이 정답 말할 수 있어""삼중수소, 인체에서 98% 빠져나가… 중국 삼중수소도 인체에 영향 없어""세슘 180배 우럭은 막아놓은 내해에서 잡은 것… 방류 오염수와 관계 없어""관련성 떨어지는 두 가지를 언론에서 오버랩시켜… 공포심 조장한 것""文정부 탈원전 정책은 과학적 아닌 이념적… 합리적 아닌 포퓰리즘 정책"
  •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뉴데일리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뉴데일리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성적으로 오해가 풀려도 감성적으로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계를 포함한 과학계에서는 원전 오염수에 따른 지나친 공포감을 경계하고 있지만, 음모와 억측으로 파생된 '후쿠시마 공포'는 쉽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에 뉴데일리는 13일 국내 대표적 원전 전문가인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만나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정 교수는 가짜뉴스나 카더라식 주장이 아닌, 과학적 논의를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보고서들을 종합한 결과, 국내에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학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문제다"라며 "2011년 당시,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하루 300t 이상 방류됐어도 우리나라 해역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좁은 틈으로 제한된 정보만 받아들이는 선택적 소통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매주 후쿠시마원전 처리수의 양과 농도가 규제기관에 보고되고,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며 "무분별하고 검증되지 않은 괴담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동 대학원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현재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무총리실 원자력이용개발전문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산업통상자원부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산정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 정범진 교수가 인터뷰 도중 휴대폰을 꺼내 eRAD(실시간 환경방사능 정보)라는 어플을 보여주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정범진 교수가 인터뷰 도중 휴대폰을 꺼내 eRAD(실시간 환경방사능 정보)라는 어플을 보여주고 있다. ⓒ서성진 기자
    후쿠시마원전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얼마나 되는가?

    "2011년도 후쿠시마원전 사고 당시에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가 없었다. 따라서 일반 오염수를 단순히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하루에 약 300t씩 1년 가까이 방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휴대전화 앱을 보면 eRAD(실시간 환경방사능 정보)라는 어플이 있는데, 대한민국 130군데에 설치된 풍선이 환경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알려준다. 홈에 들어가 '해양 방사능 조사' 항목을 누르면 바닷물에서 측정한 세슘·삼중수소 등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이 그렇게 많은 양의 오염수를 배출했는데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적효과'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현재 일본이 방류하겠다는 양은 2011년도 대비 1만 분의 1 수준으로, 굉장히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삼중수소는 인체에 어느 정도로 유해한가?

    "삼중수소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무해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삼중수소는 우리 일상 어디에도 있는 물질이다. 강물에도, 빗물에도 녹아 있는 등 인간은 본래 방사선에 노출돼 살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마다 내는 방사성의 종류가 알파(α)·베타(β)·감마(γ) 등 모두 다르다. 방사성이 우리 인체 속 어떤 세포에 얼마만큼 많은 에너지를 주느냐에 따라 데미지에 비례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또 어느 부위에 맞았느냐, 마지막으로 방사성 종류에 따라 큐 인자(Quality Factor)가 따로 있어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실버트 양으로 환산한다. 즉 삼중수소가 인체에 들어오면 소변과 땀으로 98%가 배출되고 일부는 우리 생체물질로 교환된다. 환경단체에서는 유기결합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는데, 사실 유기결합분은 전체의 2%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걱정할 이유가 없다."

    원자력학회나 업계에서는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에 어떤 반응인지? 

    "대부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과학이라는 것은 정답이 있는 문제다. 과학은 100명이 아니라고 해도 1명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 논의는 '배출 기준이 얼마냐' '배출 기준이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인가' 등의 문제다. 사회적 논의는 '일본은 믿을 수 없다' '수산물이 안 팔린다' '일본의 과거 행보를 생각해봐라' 등이 있다. 이처럼 일본과의 역사적 맥락을 따지거나 양국 간의 관계 등을 토대로 색안경을 끼고 보면 과학이 보일 수 없다. 

    전문가들이 사회적 논의나 정치적 시각을 갖게 되면 중립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저희도 의견은 존재하나 가급적 의견을 배제하고 과학적 수치를 토대로 말하고자 한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의 경우 과학적 논의 대상을 정치적 논의 대상으로 확대시켜 문제가 복잡해진 경우다. 과학적으로는 너무 간단하다. 사회적 논의에 매몰돼 싸우다 보니 기본적인 것을 망각하고 있다. 과연 일본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안 할까? 방류하면 자신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 자국민 보호조차 하지 않는 나라인 양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 ▲ 후쿠시마 앞바다 물고기 세슘농도 변화와 관련한 자료. ⓒ사진제공=정범진 교수
    ▲ 후쿠시마 앞바다 물고기 세슘농도 변화와 관련한 자료. ⓒ사진제공=정범진 교수
    중국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50배라는데.

    "중국이 배출하는 양도 배출 기준 이내로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방류에 일종의 규제가 존재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해양투기금지조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각 나라는 일정 수준 이상 방류하지 못한다. 다만 일본은 해류가 우리나라로 직접 들어오지 않고 태평양 쪽으로 뻗어나가지만, 중국은 황해를 거쳐 바로 오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원전을 정상 운전할 때 배출하는 양 정도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방사능 위험성과 관련한 대표적 가짜뉴스로는 어떤 것이 있었나? 

    "'180배 세슘에 노출된 우럭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혔다'는 뉴스는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유사뉴스라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는 바다를 내해(방파제로 둘러싸인 곳), 반경 20Km 안, 반경 20Km 밖으로 총 3개 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내해는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을 뿌린 곳이라 오염물질이 바닥에 깔리는 등 방사성 오염이 심한 곳이다. 이곳을 가두리 양식장처럼 그물로 막았는데, 이곳의 물고기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따라서 2013년도부터 20Km 밖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물고기가 안 잡힌다. 그런데 180배 우럭은 내해에서 잡힌 물고기다. 결국 따져보면 오염된 물고기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충격을 줄 수 있지만, 방류하겠다는 물(오염 수치 정도가 다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물고기라 오해해서는 안 된다. 관련성이 떨어지는 두 부분을 언론에서 오버랩시키다 보니 공포심을 조장하게 됐다.

    또 액체 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경우 수많은 측정과 여러 가지 필터 과정을 거쳐 최종 방류 직전 검토를 거쳐 오염 수치가 높으면 방류를 안 한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알프스 성능이 나쁘다' '고장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1차원적 부분만 문제 삼는다. 마치 알프스 필터가 고장나면 바로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전체를 못 보고 작은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문제를 야기한다."
  •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뉴데일리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뉴데일리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오염수의 안전성을 두고 시각차이가 있다. 일본 자료는 믿을 만한지? 

    "처음에는 일본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후쿠시마원전 관련 자료가 한글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도쿄전력 홈페이지는 일어·영어·한국어·중국어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정보가 맞느냐 안 맞느냐 문제인데, 이것을 못 믿는다면 도대체 어떤 자료를 믿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군국주의 일본이 아닌, 현대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일본정부 발표를 믿어주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다고 볼 수도 없고, 자국민 보호를 안 한다고도 할 수 없기에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저는 일본이 대범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시찰단을 받았고, 보통 단장은 민간이 하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시찰단 단장을 맡아 오염수 문제를 담당했다. IAEA의 일원으로 한국 과학자가 일본에 건너가 참여하는 등 정부에서도 최대의 성의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양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본다."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꼭 해양방류만이 답인가?

    "우선 공장들이 방류를 안 하고 폐기물을 쌓아 놓게 되면 많은 비용이 든다. IAEA 자료를 살펴보면 경제성 부분도 따지는데 환경·비용적으로 해양방류가 가장 이상적이다. 방사성이나 오염물질은 제1의 원칙이 빨리 희석 시키는 것이다. 농도가 낮아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그렇게 하려면 바다가 최선의 선택이다. 매립하거나 증발 시키는 것이 환경적으로 더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호수나 저수지 등에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가정한다면 지하수가 오염돼 국민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원자력발전소에서 고체·액체·기체 폐기물이 나온다. 고체 폐기물은 압축해 보관하고, 액체 폐기물은 졸이거나 필터를 거쳐 바다에 방류한다. 기체는 방류 기간이 짧아 탱크에 넣어 3~7일 놔두면 방사성이 확 준다. 이후 배출 기준 이하로 만들어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고준위 방사능 폐기시설이 없어 폐연료가 포화된다고 하는데 해결책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은 암반이 좋은 곳을 지하 500m 이상을 뚫어 그 밑에 보관하는 것이 목표다. 먼저 땅을 찾아 예정지역이라고 지정고시하고, 안반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굴착조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또 모의시설을 만들어 10년 이상의 시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홉 차례 폐기물 처분 시설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한 번도 땅을 파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암반이 화강암반이라 단단하고 좋지만, 반대집회를 하도 심하게 하니 대통령이 물러났다. 기술적 난제냐, 정치적 난제냐 구분한다면 우리나라는 정치적 난제라고 볼 수 있다.

    중간저장시설도 실제로 가보면 굉장히 작다. 우라늄 1g이 석탄 3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100만 배가 넘는 수치라 폐기물도 100만 분의 1에 해당한다. 그래서 40년 동안 원자력 폐기물은 겨우 1만5000t밖에 안 된다. 석탄과 동일한 발전을 했다고 가정하면 석탄 폐기물은 2억t 이상 나왔을 것이다."
  •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뉴데일리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뉴데일리 본사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평가한다면?

    "우선 과학적인 정책이 아닌 이념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전력 적자, 전기요금 인상, 재생에너지의 무분별한 확대로 인한 국토 훼손 등 많은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다. 2017년도에 전문가들이 예상되는 문제점을 공론화했지만, 그 당시에는 정부에서 밀어붙였다. 원자력 전기가 킬로와트(kW)당 60원, 석탄이 80원, LNG 120원, 재생에너지 200원으로, 공급가격은 110원이었다. 그럼 60원 받다가 110원 받으면 50원이 남고, 80원 석탄으로 전기 110원을 받으면 30원이 남는 것이다. 반대로 LNG는 10원 손해이고 재생에너지는 90원 손해인데 결국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 가격싸움에서 졌다. 그 당시 '맥주 한 잔 값밖에 안 오른다'고 정부 관계자가 주장했는데 결과로만 봤을 때는 거짓으로 판명됐다.

    '에너지정책'이라는 것은 전 정권에서 발전소를 짓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에서 폭탄을 맞는 것이다. 발전소를 열심히 만들어야 하는데 산업부 공무원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문제다. 10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신규 원전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고, 재생에너지도 줄인다고 했지만 앞에 5년 것은 그대로 두고 뒤에 5년 것을 줄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하루에 3000억원어치의 에너지를 수입해야 돌아가는 나라다. 이 중 70%가 석유이고 LNG가 20%다. 하지만 우라늄 수입은 1%가 안 된다. 이는 기술 중심의 자원이지 자원 중심의 자원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에너지 수입액을 줄여야 국가적으로 흑자를 본다. 일본도 후쿠시마원전 사고 때문에 1년에 3억엔 이상의 적자가 나는 상태다. 따라서 원자력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는 원자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하면 기금도 나눠주고, 보조금도 주고 공무원들이 일하는 재미가 있는데, 원자력은 지으면 끝이다. 결과적으로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합리적인 정책이 아닌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에너지정책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에너지정책은 우리가 정말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정책이다. 그래서 더더욱 정치적 의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40년 넘게 원전이 있었지만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가 없다. 어떤 산업 분야가 40년 동안 대한민국에 필요한 에너지의 15%를 이렇게 안전하게 공급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괴담이 너무 많고 원자력 폄하를 통해 반사이익을 보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다시 생각해보면 원자력 강세인 미국, 체르노빌 사태가 터진 러시아, 후쿠시마원전 사태의 일본 모두 안 망했다. 이 강대국들은 원자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용 중이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정책에는 '과학적 합리성'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