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가치 공유한 韓의 G7 참여, 아시아 유일 참여국 日에도 이익"진창수 "美中 경쟁 속 비슷한 위치에 있는 韓日, 셔틀외교로 시너지"차두현 "미·중·러에 줄서기 당하는 韓日, 협력해야 자율성 확보"
  • ▲ 국립외교원이 9일 오후 국립외교원 외교타운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조양현 일본연구센터 책임교수, 발제를 맡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제공
    ▲ 국립외교원이 9일 오후 국립외교원 외교타운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조양현 일본연구센터 책임교수, 발제를 맡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제공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해야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에 맞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한국이 확대된 주요 7개국(G7)에 참여하면 일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신각수 "공동의 가치 가진 韓이 '확대된 G7'에 참여하면 日에 도움"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9일 국립외교원이 개최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테이블에서 "G7의 구성을 보면 아시아 국가는 일본 하나밖에 없다. 한국과 공동의 가치를 가진 국가가 '확대된 G7'에 참여하고, 한일 간 협조가 잘된다면 오히려 일본에 도움이 된다는 역발상에 도달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최근 한국은 경제력으로는 G10, 제조업 측면으로는 G5에 들어가는 등 세계적 위상이 높아졌고, G7에서도 일종의 '파트너'로 한국을 연속적으로 초청하는 맥락도 있는 것 같다"고 상기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재작년에 'G7을 G10으로 확대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라졌는데, 한국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이 확대에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일본이 그런 입장을 취한 배경에는 일본이 아시아를 대표해 G7에 참가한다는 의식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진창수 "美中 경쟁 속 비슷한 위치에 있는 韓日, 셔틀외교로 시너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우리가 당면한 북한 문제, 동아시아 문제, 아시아태평양 문제 등 국제관계 전반에 걸친 이슈에 대해서, 또 미중 경쟁 속에서 한일이 비슷한 국제적인 위치에 있고 비슷한 위협상황에 있다는 것을 양국이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 센터장은 "이번 셔틀외교로 한일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마련했는데 12년 만에 한일이 협력을 통해 좀 더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차두현 "미·중·러에 줄서기 당하는 韓日, 협력해야 자율성 확보 유리"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중국·러시아에 둘러싸인 한국과 일본은 서로 떨어져 있으면 이들 국가에 의해 '각개격파' 당하기 쉽다. 미중경쟁, 그리고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가치대립에서 도미넌트파워(dominant power)로부터 끊임없이 강요 당하는 '줄서기'에서 한일이 단독으로 버텨나가기에는 굉장히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양국이 공동 의제를 갖고 협력할수록 도미넌트파워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3월 11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더불어민주당 등 주최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3월 11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더불어민주당 등 주최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신각수 "과거사 '정치화'가 가장 큰 문제… '한일위원회' 3기 이어가야"

    전문가들은 한일 갈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과거사 문제, 안보에서의 우선순위 차이 등으로 양국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력하는 투트랙(two track) 방침을 유지한 채 한일이 '공동의 차선'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전 대사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과거사의 '정치화'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과거사가 정치화되면서 역사를 역사로 보지 않는다. 역사를 역사가에게 돌려주고, 역사가들이 사실에 입각해 역사 해석을 하고, (한일 간) 공유 부분을 늘려나가는 것이 역사에 대한 한일 화해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대사는 이어 "민주당정부 시절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간 이견이 커져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파행됐다.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개편할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일본도 역사인식 문제에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통해 역사적 검증을 받는다는 일종의 기준이 있으면 국내 비판여론도 막아낼 수 있다. 끈질기게 일본을 설득해서 3기 역사공동위원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결국 지역, 글로벌 인식에 대해 상당한 정책조정과 협력이 이뤄지고 앞으로 한일관계가 투트랙으로 가게 되면, 다른 한 트랙인 한일 간 협력이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할 테고 오히려 다른 트랙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전 대사는 "잠재력이 있는 협력 분야를 쉬운 것부터 빠른 템포로 행동으로 옮겨서 '조기수확'(early harvest)을 하면 어렵고 복잡한 분야에서의 협력으로 이어진다는 실사구시적 접근을 해야 한다. 한일관계 회복 단계는 생각보다 빨리 줄일 수 있고, 회복 단계를 벗어나 안정화 단계를 시작할 시간을 앞당길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차두현 "韓은 핵 보급, 日은 반격 능력 강화로 '안보 우선순위' 달라"

    차 수석연구위원은 "4월 워싱턴(한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NCG)이 한미 양자 간 이야기됐는데 일본의 참가 여부에 대한 (한국의) 득실 문제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 이후 나오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이행과 관련해 한일 간에는 안보상 우선순위가 미묘하게 다르고 각각 선호하는 방향이 다르다. 한국은 핵 보급, 일본은 반격 능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미·일이 3자로 묶이면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한일 양측이 '공동의 차선'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또 "북한에 위기가 발생하거나 전쟁 위험이 생기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미군 전력의 상당부분이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북한이 '오판'(誤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인도-태평양에서 일어나는 위기는 분명히 서로 연계될 것이다. 한반도 위기는 한반도에만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대만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조어도 같은 지역이 한반도와 연계될 가능성도 굉장히 커진다. 지역 구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 수석연구위원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위기에 대해서 한일 간 협업이나 역할분담을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일관계 개선은 어쩌면 변할 수 없는 추세이고, 윤 대통령과 이에 화답한 기시다 총리의 결정으로 인해서 이 추세 자체가 일종의 탄력을 받고 동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신각수 "韓日,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 시작했다… '탱고' 추듯이 협력해야"

    신 전 대사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도 "한일은 이제 마중물을 집어넣고 펌프질을 시작했다. 펌핑이 제대로 되느냐는 앞으로의 (정부와 민간의) 구체적인 행동에 달려 있다. 마중물이 끊이지 않고 펌프가 제대로 작동해서 한일 간 신뢰의 물이 콸콸 쏟아질 수 있는 단계까지 진전됐으면 좋겠다. 올해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한일이 서로 탱고를 추듯이 협력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내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며 한일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아울러 신 전 대사는 "한일관계의 협력이 양자 차원을 넘어서서 지역,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훨씬 더 포지티브섬게임(positive sum game)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느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