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소추안 접수 3개월 만에 첫 변론"예상 못하면 탄핵 당해야 하나? 위법도 없어""장관으로서 직무유기… '국민 신뢰' 떨어뜨려"
  • ▲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재판관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재판관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대응 문제로 탄핵 기로에 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건 접수 3개월 만에 열린 첫 공판에서 국회 측과 이 장관 측은 사고 전후 이 장관이 내린 조치가 파면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탄핵 심판 사건 쟁점, 3가지로 압축

    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판에 피청구인으로 참석한 이 장관은 법정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을 상대로 "탄핵소추로 발생한 국정의 공백과 차질을 조속히 매듭짓고 모든 것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에 성심껏 임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역할인 소추위원으로 참석한 김도읍(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헌법재판소도 행안부 장관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그래서 집중 심리를 하는 것으로 예측하며 헌재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탄핵 심판 태스크포스(TF) 위원을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은 "반드시 탄핵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것만이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며 "변론기일에 우리의 주장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헌재는 앞서 두 번의 준비기일을 통해 △10·29 이태원 참사를 전후해 이 장관이 재난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사후 재난대응조치는 적절했는지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지켰는지 등 크게 3가지로 탄핵 심판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다.

    "'신속 지시' 내렸다는 주장 증명 못해"


    이날 국회 측은 3가지 쟁점과 관련, "이 장관이 장관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탄핵을 촉구했다.

    국회 측은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사고 당시 적절한 예방 및 초동조치를 하지 않았고, 재난안전망 구축·보존·연계 등 사전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신속 지시를 내렸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증명할 근거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청구인은 대통령보다 참사 사실을 늦게 인지했고, 그럼에도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등의 발언으로 국가와 공직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를 태만히 하고 방임한 피청구인의 중대한 법적 책임 묻는 것"이라며 "어떠한 공직자도 헌법 질서를 거스를 순 없다. 훼손된 헌법 질서를 회복하고 헌법이 실현되도록 피청구인을 파면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 기일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 기일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리 통제·대비지시 안 하면 탄핵 당해야 하나"

    이에 대해 이 장관 측은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다중밀집으로 갑자기 발생한 재난에 대해 국가시스템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옳은지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이어 "경사지고 좁은 골목길에 운집하리라는 걸 예상하고 용산구청, 용산경찰서에 미리 통제 및 대비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탄핵 당해야 하냐"며 "전국을 관할하는 장관이 미리 사고를 인식하라는 게 온당한 주장은 아니다. 사건 이후에 시스템 전반을 조사하고 보니 미흡한 점이 발견됐는데, 전부 행안부 장관의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은 참사현장에 가는 도중 전화로 인명 구조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후 참사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며 "참사와 관련한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고, 탄핵심판 사유는 물론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3차 공판서 '증인신문'‥ '유족 증인' 추가 여부 '미정'

    2차 공판은 오는 23일, 3차 공판은 다음달 13일에 열리며 두 번 다 '증인신문'이 예고된 상태다.

    우선 2차 변론기일에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현 인천소방본부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증인으로 부를지 여부는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변론이 종결되면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면 이 장관은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탄핵 심판은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강행규정은 아니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176명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이 재난 예방 및 대응과 관련해 헌법과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2월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