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둘러싼 당시 국제정치 맥락 살펴야""천황과 총리, 침략·창씨개명·강제징용·위안부 등 53회 사과… 아베는 19회""일본이 재무장해 아시아 재침략? 난센스… 한국 안보에 日 활용해야""한반도 유사시 전력·물자 보급체계 윤활유 역할 할 미일과 연계 강화""한·미·일·호 확장억제 구상, 오커스 가입, 유엔사 17개국 회담에 日 초대 제언"
  • ▲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반일행동 회원들이 소녀상 사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반일행동 회원들이 소녀상 사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전문가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포함해 198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 대해 천황(일왕)과 총리가 총 53회 사과했다"며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와 별도로 안보문제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일관계 정상화와 대한민국 안보위기 대응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조와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공조 성공하려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국제정치 맥락 살펴야"

    이 교수는 "한·미·일 공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협조체제가 정착돼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일본을 향한 우리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둘러싼 당시의 국제정치 맥락과 한일관계, 일본의 식민지배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1961년 '베를린장벽' 건설에 따른 동서 냉전 격화,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으로 인한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 1964년 10월 중국의 첫 핵실험 성공, 1965년 10월부터 시작된 국군의 베트남 파병 등을 언급하며 "핵 확산과 냉전의 격화, 베트남 파병을 감안하지 않고 한일관계라는 양자의 틀에서만 이를 평가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당시 냉전의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으로서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제정치 맥락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안보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역사적 앙금을 털어내고 한일관계를 재건해야 한다. 외교의 요체는 국익의 극대화"라고 강조했다.

    "日 천황과 총리, 침략·창씨개명·강제징용·위안부문제 등 53회 사과"

    이 교수는 또 "제국주의 침략 시기에 강대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았던 국가는 태국·에티오피아·네팔·아프가니스탄 등 몇 개국에 지나지 않았고,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취했던 서구 열강은 식민지배 자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사과를 포함해 198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 대해 천황과 총리가 총 53회 사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1983년 1월11일, 1984년 8월4일) ▲히로히토 천황(1984년 9월6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1984년 9월7일)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1989년 3월30일) ▲아카히토 천황(1990년 5월24일) ▲가이후 도시키 총리(1990년 5월24일)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1992년 1월16일, 1992년 1월17일)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1993년 8월23일, 1993년 11월16일) ▲아키히토 천황(1994년 3월24일) ▲하타 쓰토무 총리(1994년 5월10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1994년 7월18일, 1994년 8월31일, 1995년 8월15일)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1996년 1월22일, 1996년 6월23일) ▲아키히토 천황(1998년 10월7일) ▲오부치 게이조 총리(1998년 10월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2001년 10월15일, 2005년 4월22일, 2005년 8월15일) ▲아베 신조 총리(2007년 3월11일, 2007년 3월26일, 2007년 4월23일, 2007년 4월27일)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2009년 10월9일) ▲간 나오토 총리(2010년 8월10일, 2010년 8월15일, 2011년 1월20일, 2011년 8월15일) ▲노다 유시히코 총리(2012년 8월15일) ▲아베 신조 총리(2013년 5월15일, 2013년 7월7일, 2013년 10월22일, 2013년 12월26일, 2014년 3월14일, 2014년 4월17일, 2014년 4월24일, 2014년 7월8일, 2015년 1월28일) ▲나루히토 황태자(2015년 2월20일) ▲아베 신조 총리(2015년 4월27일, 2015년 4월28일, 2015년 4월29일, 2015년 5월15일, 2015년 8월14일, 2015년 8월15일) ▲아키히토 천황(2015년 8월15일) ▲아베 신조 총리(2015년 12월28일) ▲아키히토 천황(2016년 8월15일, 2017년 8월15일, 2018년 8월15일) 등 역대 일본 천황과 총리의 사과 현황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무라야마 총리의 통합적 사과 외에, 1993년 호소카와 총리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창씨개명·강제징용·위안부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했고, 1998년 오부치 총리는 '한국인의 피해와 고통에 대해 통절하게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19번 사과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아베 총리는 2015년 8월 '일본은 태평양전쟁에 대해 진심으로 반복적으로 사과했기 때문에 전후세대에 더이상 사과의 계속이라는 숙명을 남길 수 없다'고 했다"며 "일본은 총리의 사과문을 통해 국가의 책임도 인정하고 관련 조치도 취했다. '도의적'이니 '정치적'과 같은 수식어가 없는 총리의 사과는 작지 않은 외교적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한국 침략과 지배, 착취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의중과 상관없이 해방 후 지금까지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 정상 회담 중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 정상 회담 중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이 아시아 대륙 재침략? 난센스… 日을 韓 안보능력 강화에 활용해야"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역사나 영토적 갈등만을 앞세워 관계 악화를 방치하면 미일동맹하에서 강화되고 있는 일본의 안보태세는 우리의 안보태세 강화에 전혀 유용하게 활용되지 못한다"며 "우리로서는 공동의 정체성(자유민주주의)을 바탕으로, 증강되는 일본의 안보태세를 우리의 안보능력 강화에 활용하게 하는 대일정책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한국사회에는 일본의 안보태세 강화가 '전쟁이 가능한 국가' 혹은 '군국주의에로의 회귀'라고 경계하면서 일본이 강화된 군사능력을 바탕으로 '독도' 등을 침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며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 대륙을 재침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고, 군사력 강화를 바탕으로 일본이 독도를 침탈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연계된 군사구조를 전연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일본은 지난해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나 '국가방위전략서'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잠재적 위협은 해·공군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중국, 그리고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는 북한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안보정책은 이 같은 위협요소들에 대응해 자신들의 안보능력을 강화하고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쿼드 국가들과 한국 등) 주변 동지국가(like-minded countries)들과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이 역할 수행하려면 미일동맹 연계 원활해야"

    박 교수는 "한국 안보정책의 주축 가운데 하나인 한미동맹이 원활하게 운용되려면 그 후방에 위치한 미일동맹과의 연계가 불가결하다"며 "한미동맹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한미동맹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지휘체제, 즉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합참,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 일본에 위치한 미일동맹 등의 연계가 원활하게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일 안보협력은 한반도 유사시에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개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유엔사 후방기지 7개소를 통한 유엔사 전력 제공국들의 전력 및 물자 보급체계도 원활하게 작동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도쿄 자마에 위치한 미 육군 제1군단, 요코스카에 위치한 미 제7함대, 도쿄 근교 요코다에 위치한 미 제5공군, 오키나와에 위치한 미 해병대 제3원정군 등으로 주축을 이룬 미일동맹하의 주일미군 전력이 한반도 유사시에 원활하게 한반도 영역에 전개돼야 주한미군의 전투 수행 임무가 보다 충실해질 수 있고, 한미동맹의 능력이 배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교수는 "일본 내에는 도코의 자마·요코다·요코스카·사세보, 오키나와의 가데나·후텐마·화이트비치 등 7개소가 유엔사령부 후방기지로 지정돼,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회원국들의 전력이나 물자 등이 집결되고 수송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안보협력 관계도 증진된다면 이 같은 주일미군 전력과 자산들의 한반도 전개가 보다 용이하게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미·일·호 확장억제 정책연대 구성하고 오커스 가입해야"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미·일 3국 간의 안보협력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혹은 호주를 포함한 한·미·일·호 간에 확장억제의 정책연대 구성 ▲한·미·일 간에 오커스(미국·영국·호주 등 3국 안보협의체, AUKUS)와 같은 첨단 군사기술을 확보하려는 협력 확대 ▲유엔사 병력 제공 국가들과의 협력을 공고화 등을 윤석열정부에 제언했다.

    박 교수는 "확장억제의 유효성은 상대 국가들이 실제로 미국의 재래식 능력이나 핵능력을 사용해 자신들에 대해 보복적 억제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확보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은 현재 국내규범이나 국제적 핵확산금지제도(NPT) 등의 제도하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를 제공받는 한국·일본·호주 등이 미국과 상호 정책연대를 형성하고, 북한이나 기타 제3국이 이들 국가들에 대해 핵공격을 가하면 공동으로 확장억제를 행사한다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억제 효과를 한층 더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2021년 9월, 미국과 영국은 호주와 오커스(3국 안보협의체·AUKUS)를 체결하고 향후 해군력 확장을 추진하려는 호주에 대해 핵추진 잠수함을 생산,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30년대에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 5~6척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잠항기간이 길고 상대방에게 유효한 제2가격능력을 가진 핵추진 잠수함 같은 첨단전력은 지근거리에서 북한이나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과 일본에게 더욱 필요한 자산"이라며 "만일 일본이 오커스에 가입하려 한다면 한국도 공동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박 교수는 "2023년 가을에 한국-유엔사 병력 제공 국가들(미국·영국·프랑스·호주·캐나다 등 17개국) 간의 국방장관회담도 개최할 예정인데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유엔사 후방기지 7개소를 관리, 운영하고 있는 당사국인 일본을) 한국과 유엔사 병력 제공 국가들 간의 회의에 옵서버 형식으로 참석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 하는 상징성도 가질 뿐더러 이번 5월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일본이 한국 정상을 초청하는 것에 상응하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