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 오전 정기 회의 취소… 당 공식 입장은 "일정 때문" 국민의힘 윤리위, 8일 2차 회의… 태영호 소명 듣고 징계 논의태영호 "음해성 공세에 굴복 안 해"… 김기현, 태영호와 거리 두나
  •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녹취록 파문', '쪼개기 후원 의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녹취록 파문', '쪼개기 후원 의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4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최고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정기적으로 매주 월·목요일 오전 9시 최고위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날 회의는 일정 변경 대신 취소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외부 행사로 인해 취소한 것이라는 공식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1시간 뒤인 오전 11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또 다른 외부 일정에 참석한 만큼 외부 일정을 이유로 지도부 회의를 취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이른바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을 추가 징계 심의 대상으로 살펴보겠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논란이 된 최고위원이 공개 회의에 참석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 김 대표가 회의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11시 일정을 마친 후 "오전 9시40분 용산에 도착해서 계속 공개적인 행보를 한 것을 알지 않느냐"며 "사무총장, 정책위 의장 다 거기 있었다. 일정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공교롭게도 징계 결정과 최고위 회의 취소가 겹치는 바람에 오해를 산 것 같다"면서 "공지할 수 없는 외부 일정상 어쩔수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태 최고위원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대표가 윤리위에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의혹도 포함해 징계를 심사하라고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일  공지를 통해 "김 대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에서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유사 사항이 재발할 경우 당 윤리위를 통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보좌진과의 내부 회의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문제를 언급하며 대통령실 옹호 발언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실로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에 더해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 시·구의원들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지도부를 둘러싼 리스크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태 최고위원은 자신을 둘러싼 쪼개기 후원 의혹과 관련해 정공법을 선택했다. 태 최고위원은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며 "저를 겨냥한 일련의 악의성 보도와 억측,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태 최고위원은 공천 개입 녹취록 논란에도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태 최고위원은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며 "저를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공세와 막후 작전, 가짜 뉴스들은 더욱 많이 나올 것이고 태영호 죽이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저의 모든 신상도 탈탈 털 것이다. 그러나 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태 최고위원이 자신의 의원실에 청년보좌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액 후원자의 손녀나 지역구 내 유력인사의 자녀를 채용해 특헤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청년보좌관은 봉사활동 개념이기 때문에 공식 채용공고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는 태 최고위원으로부터 촉발된 당 리스크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윤석열정부 출범 1주년 평가 토론회' 참석 후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을 굉장히 암울하게 만들었다"며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이 정말 낙관적이지 않다.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게 저를 포함한 여러 당협위원장들의 이야기"라며 "이런 것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지금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윤리위는 오는 8일 2차 회의에서 태 최고위원을 불러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여부 및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