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 문제 해결 위해선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부탁해야" 주선
  • ▲ 신열우 전 소방청장. ⓒ뉴데일리DB
    ▲ 신열우 전 소방청장. ⓒ뉴데일리DB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열우 전 소방청장이 "국회고 지X이고 필요없다. 청와대 인사담당관과 청장이 다 결정한다"며 자신의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 전 청장은 2021년 2월8일 문재인 정권 당시 소방감이었던 최병일 전 차장에게 5만원권으로 2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은 뒤 "이전 소방정감 탈락 원인이 된 청와대 인사 검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고위직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관 A씨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고 주선했다.

    당시 A씨는 '해경왕'으로 불리는 등 실세로 통했는데, 해경뿐 아니라 소방청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신 전 청장의 금품 요구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같은달 18일 신 전 청장은 최 전 차장과의 통화에서 "(당신은) 돈은 있잖아. 그래서 명예를 가지려면, 인사검증만 통과되면 내가 손들어 줄 수 있냐고 (내게) 물었고 내가 하겠다고 했잖아"라며 "일단 미끼는 약속을 하라"는 등 뇌물을 재차 요구했다.

    한 달 뒤인 3월11일 통화에서도 신 전 청장은 "일단은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가 잘 풀릴 것 같고 거의 95%는 풀려가고 있다"면서 "내가 요즘 진짜 힘들다. 솔직히 말해 여기는 10원도 없고 나는 돈을 써야 된다. 누구를 만나거나 차비도 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최 전 차장은 같은 달 30일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신 전 청장에게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와 90만원 상당의 명품 루이비통 지갑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넸다.

    신 전 청장은 뇌물공여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전 청장은 최 전 차장이 자신이 말한대로 A씨와의 약속을 잡았다고 하자 "그러면 술 한 잔하면서 A씨에게 '차비'만 주고 '제가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라"는 등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2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A씨를 만난 최 전 차장은 "직전 소방정감 승진 인사에서 박사 학위 취득에 필요한 대학원 수업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돼 탈락했는데 이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A씨는 "고생한 것 알고 있다.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를 풀어주겠다"며 청탁을 수락하고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 6월24일 신 전 청장은 내부 정보를 통해 최 전 차장이 소방정감으로 승진한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서 "안 해주려고 하더라고. 내가 청와대 인사비서관 B씨에게 '영원히 은혜 안 잊도록 이야기할 테니 좀 살려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 사람(B씨)은 꼭 한번 찾아가세요. 내가 그분에게 승진을 싹싹 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알아서 좀 해 주시고"라고 언급하는 등 뇌물을 암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