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말로는 "총선 압승하겠다"… 실제론 앞마당 울산서도 밀려전주을 진보당, 울산교육감은 민노총 출신, 울산남구의원 민주당선거 패배 반성 없이 "지지율 안 좋다"… 지도부 실언만 사과중심 못 잡는 지도부, 민생행보도 주목 못 받아… 존재감 '제로'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지도부의 설화(舌禍)에는 재차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4·5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는 침묵을 이어갔다.

    자신의 앞마당인 울산 선거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며 총선 1년을 앞두고 경고등이 켜졌지만,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지도부를 향해 "답답하다" "눈치만 본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총선 위기감 팽배에도 재·보선 이야기 꺼내지 않는 지도부

    김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의 지지율도, 대통령 지지율도 좋지 않다. 당대표인 저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끄럽게도 당 지도부에서 설화가 있었고, 지도층의 언행이 부적절해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찬양 발언,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밝힌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을 두고 재차 사과한 것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한민국 미래가 끝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다시 신발끈을 매야 한다"며 "모두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번 산발끈을 동여매는 각오로 선당후사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5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는 이틀 연속 말을 아꼈다. 6일 국회에서 "청주에서는 이겼다"고 말한 것 외에는 재·보궐선거의 '재' 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재·보선에서 초라한 성적표 받은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김 대표의 지역구인 울산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61.94%의 득표율을 얻어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38.05%)를 여유롭게 눌렀다.

    울산 남구 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 결과도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의 득표율을 기록해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49.39%)를 제치고 당선됐다. 두 후보 간 표차가 153표 차이라고 하지만, 울산은 울산시장을 지낸 김 대표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총선 1년을 앞두고 민주당에 앞마당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가 8%의 득표율을 얻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전주을이 포함된 전주 완산구에서 15.30%를 얻은 것에 비해 득표율이 반토막 났다.

    김 대표가 자신이 당권을 잡은 이후 처음 치른 선거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4·5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이어가면서 지도부 설화만 부각하자 지도부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압도적 윤심으로 탄생한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 이후 민생행보에 주력하며 '실력 있는 여당'을 내걸었지만, 수차례 당·정 협의 등에도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며 출범 한 달 만에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로는 반성이 없다는 점이 꼽혔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잇따른 실언에도 당 지도부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버티다 세 번째 실언에야 김 대표가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당 지도부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원내대표선거 토론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의원은 김학용 의원에게 '총선을 앞두고 당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질문했고, 김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은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대표가 엉터리로 움직여" 중심 못 잡는 지도부에 쓴소리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대표가 엉터리로 왔다 갔다 하고 철학 없이 움직인다. 이리저리 눈치만 보면서 무슨 당대표를 하겠다고 그러는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한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원내대표선거가 있다 보니 (재·보선) 패배 등이 묻혔는데 이제 어떤 식으로 당이 방향을 잡고 나갈 것인가에 관해 지도부가 이야기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경각심을 갖고 똑바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수도권 출신 국민의힘 다선의원도 통화에서 "지도부가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최소한 이 상황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