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목사에 발목 잡혔나… 방약무인하게 욕설 쏟아내도 말 못해"김기현 "전 목사와 선 그어야 할 만큼 관계는 없다… 각자 역할 하는 것"홍준표 "지도부, 소신 결기 강단 보여주지 않으면… 수렁에 빠져"김기현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만 전념하시면 좋겠다"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내년 총선 압승을 내걸고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가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각종 민생행보에도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전광훈 목사 찬양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과 관련한 결단이 없자 총선 1년여를 앞두고 현 지도부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것이다.

    출범 한 달도 안 돼 비대위 전환 경고장 받은 김기현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상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이 급등하는데, 우리 당은 왜 거꾸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지 분석하고는 있냐"며 "당 지도부가 소신과 결기, 강단을 보여주지 않으면 당이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홍 시장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가 부패에 휩싸여 거짓말정당이 되고 있는데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인데, 왜 우리 당은 지지율이 폭락하는지도 검토해봤냐"며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질타했다.

    김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반대와 전 목사 칭송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을 두고 사과했으나, 지도부 차원에서 징계 등 조치가 없자 연일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주 69시간 근무' '국민의힘 의원 단체 일본 방문 추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민생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여론 환기를 시도했지만, 주요 현안에 묻히며 새 지도부가 탄생했음에도 주목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벌써부터 각종 이슈 선점에서 밀리자 당 일각에서 참패를 우려해 비대위 체제까지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행정에만 전념했으면" 맞받은 김기현

    김 대표는 불쾌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홍 시장을 겨냥해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만 전념하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전 목사와 당이 확실한 선 긋기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리 당은 전 목사와 강한 선을 그어야 할 만큼 관계는 없다"며 "전 목사는 그분 역할을 하는 것이고, 우리 당은 우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 목사가 당 지도부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민생행보와 관련 "민주당은 과거에 얽매여 국정 발목 잡기를 계속하는 과거세력인 데 비해 우리 당은 아픈 과거를 보듬으면서 민생과 미래를 위해 모든 당력을 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대표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홍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홍 시장은 재차 페이스북에 "전 목사에게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한다"며 "오히려 '니는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추켜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 해보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이어 "자유통일당으로 당명 개정도 검토해보시던가"라며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당의 어른이다. 참 어이없는 당대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