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4개월 지났는데도 골목상권 침체는 여전상인 "매출 3분의 1로 줄었고 빚 내 영업 유지 중"서울시, 버스킹 등 문화행사 개최 및 상품권 확대발행 발표상인 역시 기대감 표출 "홍보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
  • ▲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앞 골목으로 들어서자 '임대'가 적힌 종이들이 건물 창문에 붙여진 모습. ⓒ안선진 기자
    ▲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앞 골목으로 들어서자 '임대'가 적힌 종이들이 건물 창문에 붙여진 모습. ⓒ안선진 기자
    "참사 이후 매출은 '반의 반'으로 줄었죠. 시에서 상품권 홍보를 더 많이 하면 매출이 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편의점 직원)

    "올해 핼러윈데이는 겁나요, 그 일주일이 대목인데 손님이 없을까 봐. 그래도 시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하니 기대돼요"(일식당 주인)

    "장사가 안 돼서 업종도 바꿨어요. 상품권 확대와 더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기 바랍니다"(한식집 주인)

    9일 오전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2번 출구로 나오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불이 꺼진 채 운영이 중단된 건물 두 채뿐이었다. 지난해 10·29 이태원참사가 벌어진 골목으로 들어서는 출발점인 이곳은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와 함께 스산하고 쓸쓸한 기운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3층 규모의 술집 창문에는 노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내부는 공사를 하고 있어 어떠한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맞은 편 식당 역시 온갖 스티커와 스프레이로 얼룩져 있었고 내부에는 박스들만 나뒹굴고 있어 몹시 어수선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표지판들이 변두리에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대'라는 두 글자가 크게 적힌 종이들이 건물 곳곳에 붙여진 모습이었다. 평일 오전임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인적이라고는 공사 노동자 한두 명을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었다.
  • ▲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앞 건물에 각종 스티커들이 붙여진 어수선한 내부 모습. ⓒ안선진 기자
    ▲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앞 건물에 각종 스티커들이 붙여진 어수선한 내부 모습. ⓒ안선진 기자
    이태원 상권의 침체를 몸소 느끼는 순간, 골목 저 멀리서 제목 모를 팝송이 쩌렁쩌렁 들려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과 대비되는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기괴함마저 들었다. 음악이 들려 오는 곳을 찾아 따라가보니 골목 끝자락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한 24시간 편의점이 운영하고 있었다. 

    참사 이전부터 약 9개월간 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르바이트생 김모(남·21) 씨는 "참사 이후 매출은 딱 '반의 반' 정도로 줄었다"며 "손님이 평일에는 아예 없고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주로 있다. 사장님도 되게 힘들어 보이지만 어떨 수 없으니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목 상인인 한 일식집 사장(남·30대)은 "원래 저녁에 이자카야를 운영했는데 장사가 안 돼 점심에도 운영하고 있다"며 "하루에 200만~300만원 이상이던 주말 매출이 지금은 10만원도 안 나온다. 인근 다른 가게들도 여기보다 매출이 훨씬 좋았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올해는 사실 겁이 난다. 핼러윈데이, 그 일주일이 대목인데 손님들이 오겠느냐"며 "외국인들은 그나마 오더라도 국내 시민들은 안 오고 싶어 하고 가족들도 분명 말릴 것"이라고 낙담했다. 

    한식집 사장 이모(여, 40대 후반) 씨 역시 "원래 술집을 운영하다 장사가 안 돼 점심시간에라도 장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바꿨다"며 "단가도 훨씬 낮다보니 참사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임대료는 그대로라 계속 빛 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 9일 오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 골목의 한 식당이 내부 수리 공사를 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 9일 오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 골목의 한 식당이 내부 수리 공사를 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이태원 상권의 침체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 7일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달 중순부터 버스킹과 콘서트, 또 미술작품 전시회 등 추모·위로 차원의 문화행사를 진행하며 시민들이 이태원을 자연스레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음달부터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기존 100억원 규모에서 3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발행하며 할인율 역시 10%에서 20%로 확대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식당을 방문하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상인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대책에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상품권 발행과 행사 개최 등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위해 상품권 홍보를 확대하는 등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씨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인근 회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그래도 비율로 따지면 열에 한두 명 정도"라며 "서울시가 홍보를 더 많이 하면 매출이 올라갈 것 같다. 할인율도 높다 보니 상품권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9일 오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 골목에 나들이를 나온 유치원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안선진 기자
    ▲ 9일 오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 골목에 나들이를 나온 유치원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안선진 기자
    일식집 사장 역시 "음악회와 같은 문화행사들을 연다고 하는데 너무 좋고 더 해 줬으면 좋겠다"며 "행사 같은 것들을 많이 열어 주면 이태원이 북적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핼러윈데이도 안전이 보장된 채로 이전처럼 재밌게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식집 사장 김씨는 "상품권을 확대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은 크게 나아진 점이 없어 잘 모르겠다"며 "좀 더 실효성 있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도출되는 서울시 정책들이 더 많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상인들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 내부에는 장사를 하는 식당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고, 특히 골목 중앙에 위치한 큰 규모의 고깃집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열댓 명의 손님이 앉아 수다를 떨며 밥을 먹고 있었다. 

    또 회사원들 역시 하나둘 골목 안으로 들어와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내부공사 중인 술집이나 카페들도 제법 많았는데, 이 역시 미래를 위해 새로 단장하려는 노력 같았다. 마침 비가 그치며 따사로운 햇살이 비쳤다. 이태원 상권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서울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처음 이태원을 방문하는 것이라 참사 전후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절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사람들만 모이면 괜찮은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