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태평양함대 라파엘 페랄타(DDG 115)함 지난달 27일 제주 입항…2018년 이후 5년만저고도·고고도미사일 동시에 요격 가능…대공·수상·대잠전까지 수행'자유의 방패' 훈련 앞두고 北 움직임 막기 위한 경고장 해석…사실상 미국의 '무력 시위'
  • ▲ 라파엘 페랄타(DDG 115) 함장 찰스 쿠퍼(Charles Cooper)가 2월 27일 대한민국 제주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군 장병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 태평양함대 홈페이지
    ▲ 라파엘 페랄타(DDG 115) 함장 찰스 쿠퍼(Charles Cooper)가 2월 27일 대한민국 제주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군 장병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 태평양함대 홈페이지
    북한의 '미사일 섞어쏘기'를 막을 수 있는 미국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라파엘 페랄타(DDG 115)함이 최근 5일간 한반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3일 한반도 일원에서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을 실시할 예정인 미국이 자국 전략자산을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보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태평양함대는 지난 3일 라파엘 페랄타(DDG 115)함이 예정된 방문을 마치고 대한민국 제주를 출항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제7함대 소속인 페랄타함은 2017년 취역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으로, '이지스 베이스라인9' 전투체계를 갖춰 적의 저고도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있다.

    다른 고도로 날아오는 北 미사일 여러 대도 방어 가능

    이는 각기 다른 고도의 미사일을 쏴 우리의 방공망을 무너뜨리는, 북한의 '섞어쏘기'를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방어무기인 셈이다. 대공작전과 수상전도 가능하며, MH-60 시호크 헬기 2대를 탑재해 대잠수함 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랄타함의 방문은 지난 2018년 제주기지에서 국제 관함식이 개최된 이후 5년만이다. 미 태평양함대는 이번 방문에 대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매우 좋은 시기에 이뤄졌다"면서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 양국간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요코스카가 모항인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로 전개하고, 이를 미국이 직접 공개한 이유는 역시나 대(對)북 억제력이 꼽힌다. 한미는 오는 13일부터 11일동안 한반도 일원에서 '2023년 FS 연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쌍룡훈련과 같은 20여 개의 야외기동훈련(FTX)을 과거 독수리훈련(Foal Eagle) 수준인 사단급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한미 훈련이 방어적 훈련임을 명시했음에도 북한은 이를 빌미로 미사일 시험 등 군사적 도발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미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경고장을 내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최근 미국 전략자산들의 계속된 한반도행(行)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에는 미 태평양함대 소속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761)'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사실을 공개했다. 스프링필드는 미 해군이 보유한 LA급 잠수함으로, 사거리가 3100km에 달하는 토마호크 잠대지순항미사일 수십 발을 실을 수 있다.

    '하늘의 전함'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특수전 항공기 AC-130J '고스트라이더' 역시 지난 2일 한미 연합 특수작전훈련인 '티크나이프(Teak Knife)'에 투입되면서 한반도 첫 전개 사실을 알렸다.

    분당 수천 발씩 '포탄의 비'를 퍼붓는 것은 물론, 최신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도 발사·투하할 수 있어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번에 한반도를 찾은 고스트라이더는 첨단 항법장비와 은밀한 침투 기능이 대거 보강된 최신 기종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자신감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 전략폭격기인 B-1B는 올해 들어 벌써 3차례나 한반도를 비행했으며, '최강 무인공격기'로 꼽히는 MQ-9 '리퍼' 역시 함께 한반도를 찾아 훈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을 향한 미국의 경고가 강력해졌음을 드러냈다. 작년 10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처음으로 일본에 배치된 MQ-9 리퍼의 한반도 전개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IS 수장 암살에 사용된 MQ-9 '리퍼'도 한반도 전개

    최대 14시간 체공 능력이 있고 위성통신으로 조종할 수 있는 리퍼는 헬파이어 미사일 14발로 무장해 수천km 거리에서도 정밀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S 수장 암살 등에 활약해 '암살드론'으로 불린다.

    이달 말에는 미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CVN-68·배수량 약 10만t)가 훈련 차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추가로 이지스 구축함이나 핵 추진 잠수함의 한반도 진입도 예측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무력 시위' 앞에 북한은 조용하다. 지난달 24일 '순항미사일 발사 주장' 이후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따로 관측되지 않고 있다. 당시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순항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으나,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북이 주장하는 시간에도 다양한 한미 정찰감시자산들이 해당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면서 사실상 거짓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