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후보에 내·외부서 33명 지원… 전·현직 임원 4명 선출"윤경림, 이사회 현직 멤버… 심판이 선수인 격, 출마 자격 없어""철저히 내부 특정인 이해관계 속에서 밀어 주고 당겨 주는 수법"
  •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연합뉴스
    KT가 차기 대표이사후보 심사대상자(숏리스트) 4명을 발표하자 전·현직 임원들로만 이뤄진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특히 유력하게 거론되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장관 등 외부인사들을 탈락시키기 위해 심판인 이사진 중 한 명이 직접 선수로 뛰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이권 카르텔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KT, 차기 대표이사후보에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차기 대표이사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대표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고 비판했다.

    KT는 지난달 28일 차기 대표이사후보 심사대상자를 발표했다. 지배구조위원회가 선정한 대표후보 심사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렌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메스총괄(사장) 등 4인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 출신인 윤 전 장관과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은 탈락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태·김종훈 전 의원(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여당 출신 인사도 고배를 마셨다.

    차기 대표 심사대상자 4명 모두 KT에서 재직했거나 임원으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내부인사라는 점에서 심사 투명성 문제가 대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내부 이익 카르텔만으로는 KT를 혁신할 수 없다. 내부인사 15명, 외부인사 18명 등 총 33명이 지원했지만 KT 내부 전·현직 인사 4명으로만 압축됐다"며 "국민은 KT가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내외부 전문가들의 공정한 경쟁을 원하고 있지만, 이번 KT의 결정은 혁신을 원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이어 "그동안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인 KT를 장악하기 위해 구현모 대표가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보증을 서 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으로 연임은커녕 후보를 사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그러면서 "구 대표의 업무상 배임 의혹과 관련이 있는 당시 현대차 부사장인 윤경림 사장은 지급보증 성사의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021년 9월에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며 "KT 내부에서는 구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 사장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 부사장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덧붙였다.

    "윤경림, 심판이 선수로 뛰어 자격 없어"

    이들은 특히 현직 KT 이사회 멤버인 윤경림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다.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들은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 주고 당겨 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KT는 기간통신사업자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며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국민을 뒷전으로 여기고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절대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의원들은 "KT 대표 인선에서 내외부 전문가들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라며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준칙)를 발동해 국민의 기업인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회견 후 KT 출신이 내부 사정을 잘 알 것이라는 지적에 "조직을 혁신하려면 내외부 의견을 같이 조합해야 한다"며 "혁신하려면 외부인사도 고려해야 하지만, 자체 카르텔만으로 (대표이사 선출)하는 것은 개혁이나 혁신에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과방위원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KT 내부인사들로만 이뤄진 대표이사후보 선정이 윤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를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배제한다기보다 심사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이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4명이 선출된 것을 보니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박성중 의원은 "심사기준표를 제시하라고 고지했다"며 "그 심사기준표로 내부인사가 유리해 외부인사들이 탈락했다는 말이 들려온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저희는 KT가 혁신하고 전문성을 보강해 더 많은 국민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바란다"며 여권의 KT 대표이사 선정 관여 의혹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