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합계출산율 0.78 기록, OECD 국가 중 꼴찌… "집값, 물가 너무 비싸 돈 부족""경제적 능력이 최우선 순위… 상대적 빈곤 시대의 경험과 고통 물려주고 싶지 않아"아이보다 내 삶이 중요한 여성들… "혼자 살 수 있는 여건 되면 굳이 결혼 생각 없어"
  • ▲ 2023년 1월 1일 0시 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엄마 김현정씨와 아빠 장동규씨 사이에서 쌍둥이 여아 짱순이(태명)와 남아 짱짱이(태명)가 엄마 손은서씨와 아빠 김정섭씨 사이에서 여아 복동이(태명)가 태어났다. ⓒ연합뉴스
    ▲ 2023년 1월 1일 0시 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엄마 김현정씨와 아빠 장동규씨 사이에서 쌍둥이 여아 짱순이(태명)와 남아 짱짱이(태명)가 엄마 손은서씨와 아빠 김정섭씨 사이에서 여아 복동이(태명)가 태어났다.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로 집계됐다. 두 남녀가 결혼해 아이 한 명조차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라는 오명을 10년째 벗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것일까. 2030세대가 즐겨 찾는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미혼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지닌 결혼관과 출산관을 들어봤다. 

    "집값, 물가 너무 비싸… 출산은커녕 결혼도 생각 못해"

    먼저 남녀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출산 기피 원인은 단연코 '금전적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는 의·식·주에서의 절대적 빈곤이 아닌, 타인과 비교를 통한 '상대적 빈곤'에서 오는 심리적 박탈감과 큰 관련이 있었다.

    24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대한민국이 세계 출산율 꼴찌인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낮은 출산율의 첫 번째 이유로 '허세민국'을 들며 "남들과 비교하며 무리해서라도 더 좋은 옷, 더 좋은 차를 타려 한다. 아이도 메이커 옷을 입히니 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물가'를 꼽았다. 글쓴이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 부모님이 잘 살아서 집을 사 주는 것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원리금이 많이 나가 돈이 부족하다"며 "물가가 비싸 아낀다고 아껴도 둘째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질 정도로 돈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 이 커뮤니티에는 '출산율 0.78 찍은 거 보고 느낀 점'이라는 제하의 게시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결혼적령기 여자'로 소개한 글쓴이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출산은커녕 결혼도 생각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 안정된 수입이 있고 자가(自家)가 있으며 아이를 원하는 예체능 하나 정도 시켜주면서 해외여행도 같이 다니는 가족을 꿈꾼다"고 밝힌 글쓴이는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평균에 끼이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되고, 금수저 자식이 해외유학을 가거나 건물을 물려받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이 놓인 사회적 위치를 매일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맞벌이 하면서 이렇게 허덕일 바에야 나 스스로에게 투자해 내 삶을 비옥하게 만들고 싶다"고 결론을 내렸다. 
  • ▲ 취업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모습. ⓒ연합뉴스
    ▲ 취업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모습. ⓒ연합뉴스
    "상대적 빈곤 시대의 심리적 박탈감 물려주고 싶지 않아"

    또 다른 커뮤니티 '뽐뿌'에는 "영어유치원 한 달에 150만~200만원 정도 한다는데 생각보다 주변에서 많이 보낸다. 비싼 곳은 300만원도 한다고. 출산율 떨어지는 이유 알겠더라. 부럽다"는 글이 올라 있었다. "TV에 나오는 육아방송처럼 출산에 필요한 환경을 높여 줘야 한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기자의 지인들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출산에 따르는 부담감을 드러냈다. 

    20대 남성 A씨는 "1등부터 꼴등까지 성적을 매겨 공개하는 '경쟁사회', 같은 서울에 살더라도 누구는 강남 살고 누구는 고시촌에 살며 비교된 삶을 살아가는 '상대적 빈곤' 시대의 경험과 고통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내 인생뿐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부모를 보며 책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든 일인지 배웠기 때문에 책임지지 못할 바에는 안 낳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B씨는 "아이를 낳고는 싶지만 2명까지는 자신이 없다"며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는 경제적 능력이 갖춰져야 하고, 이 문제가 청년의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라고 나름 분석했다. 

    결혼을 앞둔 30대 남성 C씨는 "아이는 낳아도 그만, 안 낳아도 그만"이라며 "아이를 낳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갈등 등 부정적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내 인생에서 아이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남자와 똑같이 배우고 일해… 아이보다 내 삶이 중요"

    특히 여성의 경우 '사회적·경제적 능력 신장'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성과 동일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처지에서 출산과 육아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대 여성 D씨는 "스스로 능력이 되고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이 되니 굳이 상대를 이해하고 맞춰가면서까지 결혼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출산과 육아가 커리어를 포함한 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이 꺼려진다. 아이보다 내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E씨는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다. 출산은 더더욱 없다"며 "나 혼자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이 된다. 경제적 이유로 여자가 결혼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도 "요즘은 예전과 달리 남자와 똑같이 배운 여자들이 많다. 여자 입장에서는 돈 벌랴 살림하랴 힘들다"며 "아이는 엄마와 만 세 살까지 함께 있으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아야 하는데 일하는 엄마로서는 육아에만 집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