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영, '노조 본질' 여러 번 강조…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 받는 게 중요"'새로고침' 키워드, '공정·상식·자율'… "부족한 만큼 연대해 적극적 목소리 낼 것"MZ노조 '트레이드 마크'→다양성 강조… "출범식 날, 구성원 옷 모두 달랐다""노조에 대한 '젊은 세대' 인식 개선에 힘쓰고 싶어… 기존 편견 탈바꿈 시도해야"
  • ▲ 송시영 노조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24일 오전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송시영 노조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24일 오전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우린 노조의 본질에 충실하겠습니다. 정치투쟁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운동을 하겠습니다."

    기성 노조의 지나친 정치화를 비판하며 신선하게 등장한 'MZ 노조'가 있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합리적인 노동자 권익향상을 기치로 내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해 LG전자, 금호타이어 등 8개 기업 노조조합원 6000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 21일 본격 출범을 알렸다.

    본지는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협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송시영 위원장은 '노조위원장'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4050세대도, 삭발투혼과 붉은 머리띠로 상징되는 검투사의 모습이 아닌 말끔한 셔츠 차림의 30대 젊은 청년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며 당차게 포부를 밝힌 송시영 위원장은 이처럼 기존 노조위원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송 위원장은 과격 투쟁 대신 합리적 노조 활동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게 노조의 본질"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이어 "기성 노조와의 대립각 구도가 아쉽긴 하나, 기존 방식에서 좋은 것은 배우고 발전시켜 새로운 노사 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현안인 '노조의 회계 정보 제출'에 대해서도 송 위원장은 "투명해야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새로고침 협의회는 항시 회계를 투명하게 공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 송시영 노조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24일 오전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송시영 노조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24일 오전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다음은 송시영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MZ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어떤 곳인지?

    "'사기업과 공공기관의 신생 노조들이 모여 구성된 '새로고침'은 △공정 △합리적 상식 △새로운 자율성이란 세 가지 가치를 토대로 현재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흔히 신생 노조들이 지식과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서로 연대하게 됐다. 규모의 경우 △서울교통공사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일렉트릭 △금호타이어 △부산관광공사 △코레일네트웍스 △한국가스공사 등 8개 기업의 노조 조합원 6000여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2030세대는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노조는 꼭 필요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에 맞지 않는 행동과 목소리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하지만 2030세대가 주축인 새로고침은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싶었고, 열심히 일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 노동의 본질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30세대는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부분에 대해 참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위원장들끼리 회의를 하더라도 개개인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고, 또 기존 노조에선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트렌드도 많이 반영해 노조를 운영하는데 새로움으로 와닿는 것 같다."

    -MZ세대 노조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 개선 방안이 있나?

    "일단 노조 본질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 노조가 석방운동, 정권퇴진운동 등 그런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인식개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또 노조 활동을 하는 데 정치색 배제를 비롯해, 비폭력적인 쟁위 행위가 이뤄진다면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되살아 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즉 노조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려면 젊은 직원들이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 젊은 분들의 인식을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젊은 노조는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새로고침의 '트레이드 마크'는 무엇인가?

    "협의체가 출범한 당시 모습을 회상해 보면, 그때 구성원들의 옷이 모두 달랐다. 저는 이 부분이 우리들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의 다원화를 추구하다 보니 자율성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노조는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야 했고, 기초적인 노동 관련 제도도 갖춰지지 않은 시대를 보냈기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장마다 경험, 인식 등 모든 것이 달라서 과거처럼 획일적이고 일원화된 행동은 시대상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 송시영 노조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24일 오전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송시영 노조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24일 오전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소수 노조라 교섭권이 없는 상황. 이런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텐가?

    "현재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폐해에 대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법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과거엔 노조 자체가 단일노조 체제였지만 지금은 복수노조 체제다. 현재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시선도 각기 다른데, 현재 노동조합 관계법은 여태까지 기득권 노조들이 독식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해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가 MZ노조에 '노조 지원금' 50% 확대한다고 한다. '투명 회계'에 대한 새로고침의 생각은?

    "회계 투명성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노조 운영비 자체가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 번 급여의 일부인데, 그 소중한 가치를 깬다는 것은 노동자의 대표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내정 간섭'이라고 불평·불만을 터뜨리는데, 기존 노조에서 횡령이나 불법적인 문제가 계속 터졌기에 노조 투명성과 관련해 그들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투쟁·파업이 아닌 탈정치 운동이란 방침을 끝까지 지킬 수 있겠나?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누구를 만나 밥을 먹고 소통하는 것 모든 부분이 정치적인 것이다. 노조 일을 하다보면 관계자를 만나 무언가를 요구해야 될 일도 생기고, 노동조합법 개정과 관련해선 의원님들을 만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본질에 어긋나는 일을 안 하겠다는 뜻으로 알아주면 좋을 것 같다. 국가보안법 폐지, 정권퇴진 운동이 노조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런 행위를 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삶이 나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 정부가 'MZ노조'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 정책을 모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근로시간을 늘려 유연화 한다는 정책', '공공기관에서 직무급제 성과를 도입하겠다'는 정책들은 정부 의도대로 될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보통 중립이라고 한다면 오른쪽이나 왼쪽 눈치를 본다는 의미인데, 그저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팩트라고 본다."

    -'MZ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상대적으로 'MZ노조' 새로고침이 기존 노조들과 대결·경쟁하는 구도로 프레임이 만들어져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는 같이 공부하고 입장을 내며 그에 맞는 활동을 할 뿐, 노총이 아닌 하나의 협의체다. 우리는 기존 노조에 반하는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기에 많은 국민들이 편견 없이 봐주시면 좋겠다. 기존 노조들이 가진 장점은 배우되, 단점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MZ노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