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이광철·차규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무죄… '수사 외압' 이성윤도"김학의 재수사 임박한 상황서 정당성 인정… 수사 중단과 인과관계 있다고 보기 어려워 "다만 '허위공문서' 이규원 일부 유죄… "불법성 크지 않다" 징역 4개월 선고유예앞서 징역 2~3년 구형한 검찰,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할 것"
  •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왼쪽부터)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연합뉴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왼쪽부터)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조치가 정당했다는 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 나왔다. 

    절차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정당성과 필요성을 법원이 인정한 셈인데, 이들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선고 직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5일 이규원(46·사법연수원 36기) 검사와 이광철(51·36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55·24기)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별도로 기소된 이성윤(61·23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와 관련,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기재해 출국금지요청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 받은 혐의, 서류를 은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불법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法 "김학의 재수사 임박한 상황에서 정당성 인정"… 檢 "반드시 시정할 것"

    재판부는 먼저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비서관, 차규근 전 연구위원과 관련 "김학의 사건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학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김학의의 출국을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이 일반 출국금지로 출국을 규제했으면 위법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잘못한 점은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 자체가 아니라, 다른 적법 수단에 의한 출국금지가 가능했음에도 요건에 맞는 수단을 택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국금지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이규원 검사에게 선고를 유예한 이유는 "상위법인 출입국관리법은 긴급 출금 승인 요청자를 수사기관으로만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하위법인 시행령에는 수사기관장 명의로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를 제출하도록 한다"며 "이 검사는 이를 준수하려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허용 침해 정도가 크지 않고, 이 검사가 다른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는 부정한 목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의 1심 판결은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여론몰이로 악마화된 전직 공무원을 감시하다가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출국을 막은 국가적 폭력사건"이라며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 ▲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성윤 외압 의심되지만, 수사 중단과 인과관계로 보기는 어려워"

    이성윤 연구위원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수사 중단 행위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출금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 의지가 담긴 보고서를 보고도 수사 진행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은 것을 보면 피고인이 안양지청에 위법한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양지청에서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것은 피고인 외에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의 전화, 대검과 안양지청 사이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가 중단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이처럼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수사 방해 등의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와 수사 방해 등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선고공판이 끝난 뒤 "이 사건은 도저히 기소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윤석열 정치검찰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치행위에 맞서거나 검찰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검사들을 정적으로 규정하고 정적 제거를 위해 수사와 기소를 보복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세력이나 사익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 아닌지 심히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김학의를 이성윤으로 바꿔도, 이규원을 김학의와 뒤섞어 놔도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을 해 주신 재판부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