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서 김성태 대북송금 자금 나와"2019년 대표이사 대여금만 216억… '금고지기' 11일 송환
  •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개인 소유의 페이퍼컴퍼니(SPC)를 만들어 쌍방울 계열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뒤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개인돈을 줬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하에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9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여러 곳과 쌍방울 계열사 간 수상한 자금거래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쌍방울 계열사나 관계사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주식 및 전환사채(CB)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표로 있는 칼라스홀딩스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 씨가 명목상 대표인 착한이인베스트 등이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에 해당한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의 CB 100억원어치를 전량 사들인 곳이다. 칼라스홀딩스는 2019년 당시 쌍방울그룹의 순환출자구조 최정점에서 지배력을 행사한 지주사였다. 겉으로는 양 회장 등 4명이 지분을 나눠 가졌지만 역시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스홀딩스의 자금 흐름을 쫓다 보면 여러 페이퍼컴퍼니와 투자조합,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수백억원의 대여금이 나온다고 한다. 

    김성태,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대북송금 자금 형성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200만 달러와 4월 300만 달러, 11월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세 차례에 걸쳐 북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300만 달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대북송금이 이뤄진 시기인 2019년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페이퍼컴퍼니 세 곳(착한이인베스트·칼라스홀딩스·오목대홀딩스)의 대표이사 단기대여금은 공개된 것만 200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런 차입금 형태로 행방이 불분명한 돈을 만들고, 이를 대북사업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전 회장 주변에서는 "개인적으로 진 빚이 많아서 한 달에 이자만 수억원씩 낸다며 (김 전 회장이) 직원들을 다그치고 혼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한편,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이자 매제인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는 오는 11일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회사 자금 흐름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지목한 김씨가 귀국하면 쌍방울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