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에 헬기 기관포 발사했지만 요격 실패… 지상 무기들도 대응 못해軍 "적 무인기 타격 자산 신속히 획득… '한국형 재머'도 개발" 대국민 사과
  • ▲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등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 군이 "대비태세가 부족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군은 그러면서 드론부대 조기 창설과 함께 적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6일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적 공격용 무인기는 우리 자산으로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은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대국민 사과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25분쯤부터 약 5시간 동안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나라 상공을 활공했다.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서울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횡단하면서 서울 북부지역을 3시간가량 비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고,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돼 강화도 일대를 배회하다 자취를 감췄다.

    군은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지장비(TOD)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이들 무인기를 식별하고 지상에서 경고방송과 함께 경고사격을 했다. 그런데도 계속 무인기가 남하하자 공격헬기와 전투기를 출격시켜 요격작전을 벌였다.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를 투입됐으며, 실제로 코브라 공격헬기에서 20mm 기관포로 100여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격에 실패했고, 군 감시자산에서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던 무인기들은 늦은 오후가 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KA-1 경공격기 1대가 이륙 중 추락하면서 손실만 입었다.

    또한 '비호'나 '발칸' 등 지상에 있는 저고도 대공무기들은 서울 상공으로 진입한 북한의 무인기를 탐지조차 하지 못했다. 지상무기의 경우 자체 영상이나 레이더에 적 공격기가 식별되지 않으면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사격은 없었다.

    "적 무인기 도발 시 군사적 대응 공세적 투입"

    정치권에서는 이날 이북에서부터 북 정찰자산의 존재를 확인했고, 군 공중자산을 투입해 조치했음에도 군사작전이 실패하자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이 잇따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응 과정에서 우리 전투기 추락은 둘째치고,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재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 충격"이라며 "과거 이런 침범이 있었음에도 왜 그때부터 대비하지 못했는지 철저히 검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 안보태세가 매우 부실하고 무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는 28일 오후 전체회의를 통해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들로부터 우리 군의 대응조치 등을 보고 받는다.

    군은 대국민 사과를 담은 성명을 통해 향후 적 무인기 도발 시 군사적 대응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며 "주기적으로 합참 차원에서 통합된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해 이를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합참은 전력 강화를 위해 '드론부대'를 조기 창설해 적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존 '드론봇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 작전적 수준"이라고 언급한 합참은 작전 운영 개념과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해 추진할 방침이다. 군은 2018년 9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에 지상정보단을 창설하면서 드론봇전투단을 편성한 바 있다.

    드론봇전투단은 정찰드론·무장드론·전자전드론과 정찰 및 다목적 로봇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합참이 밝힌 '드론부대'는 이 같은 수준을 넘어선, 모든 영역의 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 부대를 의미한다.

    군은 또한 물리적(하드킬)·비물리적(소프트킬) 타격자산과 스텔스 무인기 등을 확보해 작전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기존에 전력화를 추진 중이던 장비의 도입 시기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장비로는 현재 체계개발 중인 '한국형 재머(Jammer)'가 가장 먼저 꼽힌다. 방위사업청은 244억원을 투입해 소형무인기대응체계(블록-I) 체계개발사업을 지난달 시작해 2026년 1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머는 통신 또는 레이더 체계의 사용을 방해·제한·격하하는 데 쓰이는 장치로, 잡음이나 불연속 주파수 등을 이용해 전파를 방해하는 전자전 장비다. 소프트킬 방식을 통해 북한의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이미 군산기지 제8전투비행단에 소형 무인기를 탐지·식별하는 이동식 레이더(X-MADIS), 이 레이더와 연동해 드론에 방해전파를 쏠 수 있는 소총 형태의 '드론버스터'를 운용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과거 적 무인기 도발 시 탐지·식별조차 못했는데, 이번에는 적 무인기를 탐지·추적했다"며 "다만 육안으로 식별된 적 무인기에 대해 국민 안전을 고려해 적시에 효율적으로 격추사격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27·28일에도 미상 항적 포착돼 전투기 출동… 정체는 새 떼와 풍선

    한편, 군은 지난 26일 북 무인기 출몰 이후 27일과 28일 두 차례나 더 전투기를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오후 1시에는 강화군 지역에 정체불명의 항적이 레이더에 포착돼 전투기가 긴급출격했고, 28일 새벽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항적이 레이더에 식별돼 비상대기 중이던 공군 전투기가 출동해 경기 북부 상공 등에 전개했다.

    강화군 지역에서 포착된 항적은 '새 떼'로 확인됐고, 28일 새벽 항적은 '풍선'의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당시 항적과 출동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정확히 어떤 물체였는지 추가 분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