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물 전문가 이중열의 물 이야기'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이 쓴 '물 복지'의 모든 것'안보'부터 '산업'까지…바람직한 '물 정책' 향방 제시
  • 2002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물에 대한 권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라며 "모든 나라는 자국민의 물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선포한 바 있다.

    국내 물관리기본법 제4조 1항에도 "누구든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 건강하고 쾌적한 물 환경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이 같은 '물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는 걸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완벽한 '물 복지'는 실현되지 않았다는 게 한 '물 전문가'의 지론이다.

    국민에게 '질 좋은 물'을 공급할 책임은 근본적으로 국가에 있는데, △여전히 기준치를 밑도는 '먹는 물'의 수질 △해마다 반복되는 제한급수 △불평등한 지역별 수도 요금 등, 국민의 기본권인 '물 복지'를 이루기 위해 국가가 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이중열 소장이 그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물 정책'

    34년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일한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은 "물은 인류와 삼라만상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며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부터 생산 활동에 필요한 산업용수에 이르기까지 물의 쓰임새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지만, 정작 물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홍수로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한강 제방에서 밤을 지새웠고, 보다 안정적인 '취수원'을 찾아 팔당이며 전국의 하천을 내 집 앞마당처럼 누비고 다닌 이 소장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물 정책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고 단언한다.

    우선은 '물 복지'다. 이 소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고 풍부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국가가 '물 복지'의 방향을 잘 설정해 기본권의 철저한 보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두 번째는 '물 안보'다. 물은 국민의 복지만 아니라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요소다.

    이 소장은 기상이변과 시설 노후화, 지역별 물그릇 부족 등 취약지역에 대한 수자원 확보 방안과 함께 한강수계 등의 '물 안보'에 대한 과학적 대안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한국 물 산업의 경쟁력'이다. IT, 바이오, 석유화학 등 첨단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따라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용수(순수·초순수)는 현재 전적으로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 소장은 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과 산업용수 독립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과 기술은 '정답'이 있다


    이 소장은 수자원공사 신입사원 시절 수도권 용수 운영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공익의 개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공사에서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2600만 수도권 국민들의 '물 복지'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수도권사업장 운영관리, 광역상수도 건설사업 등 주로 현장과 기술경영 부서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소장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안타까움에 낯선 글쓰기에 도전했다.

    '물 전문가 이중열의 물 이야기(도서출판 '새로운사람들' 刊)'는 34년간 이 소장이 직접 보고 경험한 '물 이야기'를 집대성한 책이다.

    그가 쓴 '물 이야기'에는 짙은 땀 내음이 묻어 있다. 연구실이나 수자원공사 사무실이 아닌, 수초를 밟고 한강에 몸을 담근 채 쓴 글이기 때문이다.

    34년을 현장만 달린 사람의 이야기는 솔직하다. 그 만큼 물에 대한 저자의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1988년 수자원공사에 입사, 34년간 일하다 지난해 퇴직한 이 소장은 현재 물복지연구소장으로 일하며 여전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수자원공사 55년 역사상 최초로, 기능직 출신으로 처장 자리까지 오른 이 소장은 자신이 습득한 물 관련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천의 녹조와 악취 발생, 가두리 양식장의 수질 악화로 인한 어류 집단 폐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의 근거를 제시하고, 가정집과 영업점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의 세균 번식과 악취 발생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기술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이 소장은 기존의 설계방식에서 정수처리 과정 중 발생하는 문제점과 함께, 산업용수의 근간이 되는 RO막 사업장 공정 설계 시의 고려사항도 이 책에 기록했다.

    수질과 수량이 우리에게 축복이듯 '물로써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물 전문가 이중열의 물 이야기'에 담았다고 이 소장은 말한다.

    ◆ 저자 소개


    이중열은 인천중앙직업훈련원을 졸업하고, 1988년 한국수자원공사에 기능직으로 입사해 2021년 아산권지사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34년 동안 근무했고, 수자원공사 55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기능직 출신으로 처장에 올랐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수도권사업장 운영관리, 광역상수도 건설사업, 고도처리공사 설계와 사업관리, 대산해수담수화 사업개발, 시흥하수처리장 사업개발, 상하수도 설계 기준 개정과 사내 연수원 강의 등 주로 현장과 기술경영 부서에서 일했다.

    입사 후 서울산업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아주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공기업고급경영자과정을 이수했다. 에너지관리산업기사 외 1종, 소방설비 기사, 산업기계설비 기술사, 국제기술사(APEC eng 위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토교통부와 중기청, 대전시,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위촉으로 연구개발, 건설사업 평가 및 자문위원 활동과, EDCF 앙골라 차관 심사 등 기술 부문의 다양한 평가자문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물 관련 복무 34년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물 복지, 물 안보, 물 산업경쟁력 발전을 위한 물복지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물에 대한 기본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