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사 논점 흐려"… 민주·정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 거부주호영 "수사 결과 보고 판단… 국정조사는 수사권 없어, 미진하면 거부 안 해"
  •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협조 요청에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할 경우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정의당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요구서 제출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신속한 강제수사 통해 증거 확보해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따른 민주당과 정의당의 국정조사 협조 요청에 "강제수사가 없는 국정조사를 한다면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논점만 흐릴 뿐"이라며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거나 부족한 것이 있으면 우리도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다. 오히려 우리가 나서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 조사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나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며 국정조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요구서는 재적 의원(299명) 4분의 1 이상의 동의로 제출된다. 또 국정조사를 하기 위한 특위 계획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169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도 처리가 가능한 상황인데, 그간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추진해온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다.
  •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은주 "진상을 의혹 없이 밝혀야"… 주호영 "수사에 혼선이 올 것"

    주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당의 이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주 원내대표와 만나 "충분히 예측하고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진상을 의혹 없이 밝혀 달라는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 국회의 사명이자 의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거쳐야겠지만 정의당은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라며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은 총체적인 운영 부실이 확인되고 있다. 국회마저 무용한 논쟁으로 허송세월한다면 어떤 진실도 밝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저희도 국정조사를 배제하거나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한다"면서도 "그런데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보면 강제적 수단이 없어 수사에 비해 새로운 내용을 밝히기 쉽지 않다"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장 국정조사를 (수사에) 섞어버리면 수사에 혼선이 오고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재발방지 정책 개선 등은 국정조사에서 할 수 있으니, 그런 상황을 보면서 논의하자는 주장이 있었다"고 국정조사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 후 "주 원내대표도 '회피하거나 덮을 생각은 없다'며 '계속 소통해나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류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과정이 정쟁이 되고, 서로 공격하는 과정이 되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를 예방,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를 예방,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홍근 "설득 안 되면 국정조사요구서 제출할 것"

    한편, 이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와 회동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20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동참하도록 설득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정쟁이 아닌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조사에 대해 조속히 협조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의당은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서울시·용산구청 등 5개 기관을 국정조사 필수 대상으로 판단한다"며 "국회가 진상규명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점, 한 획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에도 요청했지만,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조건을 내걸고 사실상 거부했다"며 "제발 본질을 회피하고 은폐하려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적 의혹이 분노로 바뀌는 상황에도 집권당은 진실보다는 정쟁을 앞세우려 한다. 또 은폐에 동참하려 한다"며 "국민의힘을 끝까지 설득하겠지만, 다음주 초까지 설득이 되지 않으면 민주당은 정의당을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무소속 의원들과 힘을 모아 다음주 중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류 원내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 후 "가급적 다음주까지 국민의힘을 최대한 설득해 함께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