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아태협 직인도 서명도 없고… 합의된 날짜에 '北주민 접촉' 신고도 없어전직 아태 관계자 "직인 위조 지시… 합의서 위조해서 정부 지원금 받으려 했다"
  • ▲ 수원지방검찰청ⓒ정상윤 기자
    ▲ 수원지방검찰청ⓒ정상윤 기자
    경기도와 함께 대북사업을 추진하며 북한에 수십억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는 아시아태평양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당시 통일부를 설득하기 위해 북측과 합의서를 위조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아태협이 가상화폐로 북한에 돈을 보내려 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진술도 나오면서 아태협을 대북 창구 역할로 이용한 쌍방울그룹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채널A에 따르면, 2019년 아태협이 북한의 조선장애자후원회사와 맺은 두 차례 합의서는 합의 날짜와 단체명이 같지만, 북측 단체 대표자의 서명 필체가 같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합의서는 콩기름과 의약용품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고, 남측 경기도의 후원을 받는다고 적시했다. 두 번째 합의서는 어린이 간식용 밀가루 무상 지원사업에 관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같은 단체와 합의했지만 북측 단체 대표자의 서명 필체가 같지 않았으며, 합의 당사자인 남측의 아태협은 직인은 물론 서명도 없다. 이 합의서에 기재된 2019년 10월 아태협 안모 회장이 북한주민을 접촉했다고 신고한 적도 없었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접촉일을 기준으로 7일 이내에 사전 또는 사후 신고해야 하지만 통일부에 신고된 기록이 없는 것이다. 

    전직 아태평화교류협회 관계자는 "(상부에서) 직설적으로 지시했죠. 그러니까 직인을 위조해라. 합의서를 위조해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려고 그랬었다"고 채널A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북사업을 논의하는 통일부 관계자와 미팅에서 이런 문건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北, 아태협에 관광사업에 적극 투자 권유… "유엔 제재 피하려 가상화폐 이용" 

    아태협이 유엔 제재를 피하려고 가상화폐로 북한에 돈을 보내려 했다는 내부 진술도 나왔다.

    북한이 아태평화교류협회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원산-금강산지구 개발에 관한 설명회'에 따르면, "원산은 해안 관광도시 개발을 실현하는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투자가들에게 경제적 리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홍보했다. 북한 관광사업에 적극 투자해 달라는 것이다.

    전직 아태협 관계자는 "북측이 여러 차례 관광사업 계획서를 보냈고, 2019년 5월쯤 쌍방울과 관광사업 독점권을 두고 협상도 했다"고 말했다.

    채널A가 확보한 아태협의 초기 코인 사업 백서에는 "코인을 북한 방문과 크루즈·항공사업 등에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적시돼 있다. 

    아태협 관계자는 "유엔 대북 제재를 피하려 결제와 송금수단으로 코인을 이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쌍방울은 평양 전세기 운항 경험이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나섰고, 가상화폐 거래소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아태협은 이와 별도로 태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체 대북 코인 'APP'를 상장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아태협을 대북 창구 역할로 이용한 쌍방울그룹이 관광사업 독점권을 대가로 북측에 건넨 외화나 코인 수익금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