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의, 문자 유출 등으로 리더십 구멍… 1년 임기 못 채우고 물러나다음 역할에 "천천히 생각"… "尹정부 공직 안 맡겠다" 장제원과 비교새 원내대표 9월19일 선출키로… 尹정부 첫 정기국회 지휘 중책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전국위원회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전국위원회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메시지 노출 등 스스로 위기를 불러오며 '윤핵관 2선 후퇴론' 속에 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는 것이다.

    다만 다음 전당대회 출마와 윤석열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을 예정이냐는 질문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생각할 계획"이라고 대답해, 반쪽짜리 쇄신 의지라는 지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되고 권 원내대표가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19일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할 예정이다.

    '윤핵관' 타이틀 권성동, 임기 마치지 못한 채 사퇴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당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다"며 "당을 향한 충정은 변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 보수정당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당내 갈등의 치유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승리 후 '윤핵관' 타이틀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앞서 새 비대위 출범 이후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권 원내대표가 당 전국위원회에서 정진석 부의장의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통과되자 결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혼란 속 윤석열정부에서 어떤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전격적으로 선언한 장제원 의원과 다르게 공직 참여 여지를 두면서 쇄신 의미가 희석됐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거나 장제원 의원처럼 윤석열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권 원내대표는"지난 대선 때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며 "당분간 좀 쉬면서 제가 당과 나라를 위해 정치인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 천천히 생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선 승리 후에도 각종 구설로 리더십 타격

    대선 승리 후인 지난 4월 원내대표에 선출되며 당 권력을 잡은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법 완전박탈) 법안 합의, 대통령실 인사 추천으로 논란을 겪었다. 이어 윤 대통령과 '내부총질' 메시지 유출로 취임 100일도 안 돼서 세 번째 사과하며 당 위기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졌다.

    권 원내대표는 메시지 유출과 관련해 "경위야 어쨌든 저의 부주의로 제 잘못이라고 인정하겠다"면서도 "언론에 부탁하지만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다. 문자를 망원경으로 당겨 취재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사퇴 이후 윤 대통령과 관계를 두고는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서 우리 당의 개혁,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해 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서도 할 역할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서는 "대선을 거치면서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잠적했을 때 젊은 참모와 실무진들은 묵묵히 당을 지켰다"며 "현재 당의 리더십 위기는 전임 당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윤리위의 징계를 받으면서 촉발됐다"고 비판했다.

    차기 원내대표, 4선 김학용·3선 윤재옥 하마평에

    국민의힘은 원내사령탑 공석을 신속히 메우기 위해 추석 연휴를 마친 오는 13일 새 비대위원 임명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하고 원내대표선거일을 공고해 19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그전까지는 권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규정 제3조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임기 중 사퇴 또는 사고로 인해 궐위된 때에는 7일 이내에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 3일 전에 공고한다.

    권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차기 후보군 하마평이 오르내린다. 새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부부 고발 등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막아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실과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윤석열정부 첫 정기국회를 진두지휘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4선 중에서는 김학용 의원의 이름이 눈에 띈다. 김 의원은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선거에 출마했다가 나경원 전 의원에게 패한 바 있다.

    3선 중에서는 김태호·박대출·윤재옥·조해진 의원 등이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비대위원장후보군으로도 분류된 김태호 의원은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의원은 친윤(親尹)계 인사로 꼽힌다.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으며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추가 가처분 인용으로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직무대행을 맡아야 하는 상황을 우려해 5선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