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엄지척 문자 공개되면서 시작… 이 사태 불러온 장본인 누구냐"윤상현·유의동·최재형도 "스스로 사퇴해 조속한 정상화 물꼬 터야"김태흠 "당헌·당규 개정은 헛소리, 원내대표 사퇴하면 된다" 강경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발(發) 리스크로 여당의 혼란이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유지와 함께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사태 수습 이후 재논의하기로 결의한 바 있지만, 현 지도부가 위기 돌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새 원내 사령탑을 선출해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5선·4선·3선·초선 '권성동 사퇴론' 불 붙이기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권성동 원내대표보고 정계은퇴를 하라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이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 누구냐. 지난번 '엄지척' 문자가 공개되면서 시작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징계 이후 권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를 유출한 것을 예로 들며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새로운 원내대표가 법원이 제동을 걸지 못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 출범 후 정상적인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있는 분들은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며 "엄중한 시기에 당 지도부가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여러 번 실수했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의 비대위 체제에 대해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비대위를 구성시킨 원내지도부는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본다"고 평가한 조 의원은 "새롭게 원내대표를 선출해 그 원내대표가 향후 일들을 수습해 나가는 것이 순리에 맞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사태 수습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진행하되, 원내대표의 거취는 사태를 수습한 후 의원총회에서 재논의한다"고 결의했지만,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성동 사퇴론'은 확산하고 있다.

    4선 윤상현, 3선 유의동, 초선 최재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 원내대표는 스스로 사퇴해 당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터 주기 바란다"며 "당은 비대위 유지 입장을 철회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 대표직무대행직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성동, 헛발질하며 밑바닥 다 드러나"

    의원 시절 당내 현안과 관련해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던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친정집이 난장판'이라며 권 원내대표 사퇴 촉구 물결에 합류했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은 권성동 원내대표다. 법원의 판결도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당을 수습하는 과정이 비상 상황으로 보지 않는 것인데, 사태 수습 후에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라며 "원내대표 한 사람만 사퇴하면 되는데, 멀쩡한 당헌·당규 개정이니 헛소리만 하고 있냐"고 질타했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비대위 출범 조건 중 하나인 '비상 상황'에 관한 근거를 마련한 뒤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했지만,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새로운 비상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 29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선거 득표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 권 원내대표와 현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는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다.

    비대위 출범 전으로 돌아가 유일하게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김용태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무대행을 맡아도 최고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김 지사는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준비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면 된다. 권 원내대표가 뭘 그렇게 자리에 연연하고 미련을 두느냐"며 "이미 원내대표로서 헛발질하면서 밑바닥이 다 드러났고 권위가 사라진 마당에 뭉개는 이유가 뭔가. 권 원내대표의 사퇴가 사태 수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이후 거취 스스로 결정" 압박에도 꿈쩍 않는 권성동

    반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당 수습은 누가 하느냐.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비대위를 출범시킬 사람이 없다"며 "다수 의원이 의총에서 합의하고 입장문을 냈는데, 그대로 가는 것이 맞지 않으냐"고 권 원내대표를 두둔했다.

    권 원내대표도 자신의 거취를 새 비대위 구성 후 결정하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에서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이후 스스로 결정하겠다. 당의 위기는 새로운 비대위 출범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