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상임고문단과 상견례… "죄송하다" 90도로 숙여 사과고문단 "당 빨리 수습해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 성공하도록 해야"이준석 향해 "당 대표 지낸 사람이 소송… 한심하다고 생각"
  •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소속 원로 정치인들이 23일 당 지도부와 만나 대선 승리에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데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쓴소리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혼란을 정리하고 오는 10월부터 있을 국정감사에 대비해 당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 원로들에 쓴소리만 듣고 온 주호영 지도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 상견례를 했다. 상임고문단 32명 중 신영균·이재오 전 의원, 황우여 전 대표·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라 당 대표는 당무에 관한 자문기관으로 원로 및 사회지도급 인사 중에서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를 거쳐 상임고문을 위촉할 수 있다. 상임고문단은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전달 및 의견을 개진한다.

    당 원로들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집권 이후에도 내홍으로 여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자신이 속한 당을 상대로 사법적 절차를 밟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당 대표란 사람이 법원에 소송 제기해" 한탄

    신영균 상임고문단 회장은 "대선에서 대통령을 선출한 집권당이 집권 초반에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당을 이끄는 사람들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심의받고 나오는 모습이 TV에 비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본 국민들이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 대통령 (취임) 100일도 안 돼서 지지율이 20%로 떨어졌다. 심각한 일"이라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이준석 전 대표의 언행을 꼽았다.

    신영균 고문단 회장은 지도체제 혼선을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빨리 (당 내홍을) 수습해 우리 당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서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이 일을 잘하도록,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다져주길 바란다"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좋은 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우리가 대비를 잘해야 한다"며 "(야당과) 싸울 생각보다는 통합하고 대화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서 우리 당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당이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 사정이 매우 어려워서 상임고문들께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올리겠다"고 원로 정치인들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는 "당내 사정 때문에 전직 당 대표가 당을 상대로 소송하고,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돼 당을 이끌고 지도해주셨던 고문님들께 정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당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정상적인 지도부가 들어서고 집권 첫해 국정감사와 예산(편성을) 앞두고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 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정책보고에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윤석열 정부 골든타임 100일에 맞춰 정책위에서 △약자(납품단가연동제) △민생(유류 탄력세율 50%로 확대) △미래(반도체특위) 등 세 축으로 '100일 작전'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성 의장은 "100일 동안 103건 중점법안을 추렸고 93건 법안들이 제출돼 있거나 완료했다"고 했다.

    정례적으로 만나는 당정관계 구축 당부

    상임고문단은 비공개회의에서 당 지도부에 △국정감사 이후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실과 적절한 당정관계 구축 △당 혁신 등에 대한 조언을 전달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이후에 전당대회를 하는 게 좋겠다는 한 고문의 말씀이 있었다"며 "당에서도 국정감사 이후로 하자는 의견이 많이 있다는 것을 당무보고에 소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선 "상임고문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당정 간 적절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며 "'국민의 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정례적으로 만나는 당정관계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지켜보자는 주호영 비대위원장 의견에 동의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상임고문들의 아쉬운 소리가 있었다"고 했다.

    당 혁신과 관련해선 "'혁신 경쟁에서 민주당에 지면 안 된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출마, 공천이 곧 당선되는 지역에서 다선 의원의 (출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