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망'에 비견되는 '정통 역사소설' 탄생기자 출신 작가, 광개토대왕의 원정길 밀착추적만주·백두산·실크로드 횡단하며 '역사퍼즐' 복원11년간 원고지 1만매 완성… 단행본 2권 선출간
  •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광개토태왕(廣開土太王)'으로도 불리는 광개토대왕은 우리 민족 최고의 '정복왕'으로 꼽힌다. 18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라 동아시아 지역에 대제국을 건설한 그는 서양의 '정복왕', 알렉산더 대왕(Alexandros the Great)에 비견될 정도로 그 찬란한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광개토대왕의 생애는 지금까지 여러 책과 영상물로 만들어져 누구라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단지 피상적인 수준이다.

    실제 광개토대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집안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된 채 덤불 속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삼국사기 - 고구려본기' 속 광개토대왕의 모습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으로 인해 삼국사기 속 고구려의 모습은  당시 중국 사료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놓은 것처럼 허술할 뿐더러, 중국 입장에서는 껄끄럽기만 한 광개토대왕의 업적에 관해서는 더욱 소략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광개토태왕 담덕' 통해 '노마드 정신' 부활 기원"

    이런 실정에 새움출판사가 펴낸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과거의 영웅들을 현세에 되살려 냈다.

    작가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 동안 '고구려본기' 속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중국 등지에서 사료를 찾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해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광개토태왕 담덕'은 '삼국지'와 '대망' 같은 '국민 역사소설'을 쓰고자 했던 작가가 글쓰기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쳐 쓴 작품이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처음 집필에 들어간 것이 2010년.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기에 쓰고 고치고, 부족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중단하면서 지금까지 완성한 원고지만 1만매에 이른다. 그동안의 집필 기간만 1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부분은 그 1부에 해당하는 원고지 3000매 분량의 단행본 2권이다.

    작가는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노마드(Nomad)'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소설 속에서 그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분명 광개토태왕이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오늘날 세계로 뻗어 가는 네트워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엄광용은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2년간 잡지기자 생활을 하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사표를 냈다. 이후 전업작가 생활을 하면서 고구려연구회 회원이 돼 국내 답사여행을 다녔다. 그때부터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고자 하는 일념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만주·백두산·실크로드 등 해외 답사까지 다니면서 광개토태왕의 원정길을 추적했다. 자료조사의 한계를 느끼다가,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에 진학해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고구려 역사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두루 엿볼 수 있는 간접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1990년 중편소설 '벽 속의 새'로 문단에 데뷔했고, 창작집으로는 '전우치는 살아 있다'와 경장편 '꿈의 벽 저쪽'이 있다. 장편역사소설로는 '사냥꾼들', '천년의 비밀' 등을 출간했다. 장편동화 '이중섭과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 위인전기 '이중섭, 고독한 예술혼', '안중근, 일본의 심장을 쏘다'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도 다수 출간했다. 기획저서인 '인물로 읽는 사기(전 3권)', '이야기로 읽는 도덕경(전 3권)', '이야기로 엮은 우리 미술사', '징비록에서 역사의 길을 찾다', '엄광용 선생님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생동하는 고구려사' 등 역사와 철학 저술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5년에는 장편 역사소설 '사라진 금오신화'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