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찾아 권양숙 여사 예방… 묘역에 대해 질문하는 등 관심이달 말 나토 동행 가능성도… 대통령실 "배우자 세션 있으면 동행"
  •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는 등 윤 대통령의 국민통합 행보에 김 여사가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찾아 盧대통령 묘소 참배

    김 여사는 이날 권 여사와 만나기 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와 조호연 권 여사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묘소로 이동하던 중 봉하마을 방문을 환영하는 인파 200명가량이 박수 치며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를 외쳤다. 김 여사는 이에 발걸음을 멈추고 환영 인파를 향해 여러 차례 목례로 감사를 표했다.

    헌화·분향을 마친 김 여사는 참배를 진행하는 관계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 묘역의 특징 등 설명을 들었다. 김 여사는 조 비서실장에게 묘소인 너럭바위와 봉화산, 묘역 바닥 박석(薄石)을 손으로 가리키며 질문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참배를 마치고 사저로 향하는 길에 환영 인파가 다시 박수를 치며 연호하자 목례했고, 인파에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후 권 여사가 웃으며 사저에 도착한 김 여사를 맞이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와 권양숙 여사는 오후 3시부터 90분간 환담했다. 이어 다음달 개관하는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30분간 둘러봤다. 김건희 여사는 전시관을 둘러본 뒤 노무현재단 기념품 가게에서 티셔츠와 우산, 에코백을 구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환담에서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힘든 시절 자신과 함께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기억을 말했다"며 "이에 권양숙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라고 말해 주셨을 것 같다. 국민통합을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며 "권양숙 여사는 '몸이 불편해서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권양숙 여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며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 밖에도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특히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이 권 여사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며 빵을 준비해 전달했고, 권 여사는 답례로 '김해장군차'를 대접하고,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 책 4권을 선물했다.

    김 여사의 이번 권 여사 예방은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역대 영부인들을 찾아 인사하겠다는 차원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을 표시한 만큼 김 여사가 권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11일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노 전 대통령은 젊은 층의 사랑을 많이 받으신 분이고, 소탈하고 서민적이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대통령이셨다"며 "대중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많이 생각난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조용한 내조" 대통령실은 확대해석 경계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봉하행에 따른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권양숙 여사 예방은 김건희 여사가 배우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멀지 않나'라는 질문에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시는지 제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용한 내조의 범주에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직 대통령 부인께 인사 드리러 가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조용한 내조에 포함되는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여사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만남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 건(김정숙 여사와 만남)에 대해서는 저희가 아는 한 지금 계획이 진행 중이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개 식용 문제 구체적 성과 나오길" 김건희, 언론과 인터뷰

    김 여사는 이날 첫 언론사와 인터뷰가 공개되며 적극적인 행보를 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여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윤석열정부에서) 동물 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기 바란다"며 '동물 보호'를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인터뷰를 두고 "대통령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차원에서 그런 인터뷰를 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김 여사의 활동을 전담지원할 조직을 신설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부속실에 있는 직원 몇 명이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도와 드리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데 일각에서는 김 여사 동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배우자 세션 같은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그런 일정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동행할 것이다. 저희도 정상회담 외에 세부 일정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