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적 결단으로 청와대 이전 추진정부·여당은 청와대 용산 이전 반대… 6.1 지방선거 때문문재인 정부, 차기 정부 출발 도와야 할 것… 국민적 선택에 호응해야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상윤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상윤 기자
    윤석열 당선인이 불통과 제왕적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를 해체하고 용산 시대를 열기로 결단했다. 당선인이 청와대가 아닌 곳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집무실 이전 문제를 취임과 동시에 마무리함으로써 임기 중 포스트 코로나 대응, 안보, 민생, 경제회복, 부동산 등 산적한 국정 과제에만 전념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청와대부터 벗어나려던 여러 정권의 시도가 번번이 구상과 논의만으로 그친 것은 이 일이 결코 집무실 하나 옮기는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전편의 글에서 광화문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현 정권은 광화문 촛불 정부를 내세워 청와대를 국민에 돌려주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 했지만, 그것을 관철할 전략도 의지도 미약했다. 청와대라는 공간의 강력한 흡입력에 빨려 들어갔으나 결국에는 논의로만 끝났다.

    윤석열 당선인은 그간의 숱한 실패의 방식을 내던지고 정치적 결단과 그 결과에 대하여 국민에게 책임진다는 접근으로 이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당선인의 결단을 둘러싸고 보름 가까이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임기 말의 현 집권 세력이 이를 안보 공백으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국가안보를 들먹이며 비난하고,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북한이 지난번 개성의 남북 연락 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을 때도 그랬는가? 긴장 완화와 충돌 없는 평화가 곧 안보라며 주적인 북한에 대해 늘 '봄바람'을 날려온 현 정권이 정작 곧 군 통수권을 이어받을 당선자에 대해서는 '한겨울 삭풍'을 날린다. 

    참으로 혼란스러운 장면이다. 윤 당선인에 대해 여권은 레임덕에 빗대어 '취임덕'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여 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선거에 진 세력이 취임덕을 말하는 것은 그 진의가 어떻든 대선 불복으로 보일 수 있다. 내가 하면 국민 곁으로이고, 상대가 하면 안보 불안이라는 이중적 사고를 일반 국민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청와대 용산 이전 반대의 이면은 6.1 지방선거 때문일 것이다. 현 여당은 지난 2018년 싱가폴 회담 다음 날 치러진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지방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선 패배를 만회하고 새로이 출범할 윤석열 정부를 국회와 더불어 포위하려 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지방 권력이 교체될 때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작동되는 기반이 마련된다. 

    대선 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치러지는 이번 6.1 지방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서 지난 3.9 대선의 완성이거나 역주행이 수 있다. 새로운 집권당이 되는 국민의힘이나 야당으로 돌아가는 민주당 모두에게 이번 지방선거가 향후 정국에서 갖게 되는 의미는 실로 크다. 이런 이유로 제왕적 대통령의 청산이라는 국민적, 객관적 당위성을 실현하기 위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둘러싸고 현 집권 세력이 주도하는 “안보·민생- 대통령실 이전”의 대립 구도는 다분히 선거용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임기 말의 정권이 새로운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하도록 돕는 것은 자유재량이 아니다. 새 정부의 출발을 도움으로써 국민적 선택에 호응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이것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이전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안보상의 우려는 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가 상호 긴밀히 협의해서 풀어나가면 될 일이지 의지의 경합을 벌일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을 옮기는 재정적 비용은 대통령의 임기로만 국한하여 따지면 안 될 국가적 과업이다. 대한민국이 이어갈 무궁한 시간 속에서 그 비용을 바라본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용에 대한 논란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칠 일이다.

    청와대의 이전을 결단했고,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만 남았다. 시한도 정해졌다. 무익한 갈등을 중단하고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비우고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는 전제하에 안보의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현 정부가 자신의 몫을 다하면 되는 일이다. 새로운 정권과 마무리하는 정권이 협업하여 국민 입장에서 아름다운 성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