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직전 尹 5~8%p 앞섰지만… 최종 결과는 0.73%p 차이국힘 '젠더' 관련 공약에… 20대 여성, 막판 이재명에 결집광주·전남·전북, 전국 투표율 1~3위 차지"확진자, 노년층보다 젊은층 투표 많이 했을 것… 李에 유리"
  • ▲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마무리 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다목적 배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마무리 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다목적 배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만 표 차의 신승을 거둔 것과 관련해 갖가지 분석이 나온다.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하기 직전 윤 당선자는 5~8%p 격차로 이 후보를 압도하고 있었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을 하루 앞두고 "윤 후보가 10%p 격차로 이 후보를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제 득표율 차이는 0.73%p에 불과했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소극적이었던 20대 여성의 막판 결집이 초박빙 승부를 낳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또 호남권의 높은 투표율도 0.73%p 차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단기간에 늘어난 것도 박빙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30 여성 결집이 이재명 득표율 견인

    KBS·MBC·SBS 지상파 방송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은 58%, 윤 당선인 지지율은 33.8%였다. 반면 20대 남성의 윤 당선인 지지율은 58.7%였고, 이 후보의 경우는 36.3%였다. 이를 두고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 지지 성향을 보이지 않던 20대 여성이 막판에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석열 후보에게서) 20대 여성들이 대거 빠져나갔다"면서 "세계여성의날에 여가부 폐지와 성평등 예산을 빼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사자고 한 것은 (20대 여성들에게) 현실적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그러면서 "여가부 폐지 등을 계속 언급한 것은 윤 후보가 자기 낙선을 운동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전원책 변호사 역시 "이대남·이대녀 젠더 문제를 이슈로 선거운동을 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 선거운동이 실패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젠더 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패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젠더 문제에 접근할 때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봐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 재검토와 관련, 김 최고위원은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2020년 총선 때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20대 여성으로부터 얻은 득표율(25.1%)보다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자가 얻은 득표율이 8.7%p 높다는 점에서 '전략 부재'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TK보다 결집세 높았던 호남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이 몰려 있는 호남과 대구·경북(TK) 모두 전국 평균 투표율을 상회했지만, 80%가 넘은 광주·전남·전북의 투표율도 초박빙 승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투표율이 높은 지역 1~3위를 차지했다.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로 81.5%였고, 전남(81.1%)과 전북(80.6%)이 뒤를 이었다. 대구는 78.7%였고, 경북은 78.1%로 전국 평균 투표율(77.1%)을 살짝 넘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거 직전 호남 표심과 관련 "20%는 당연히 넘을 것이고, 30%까지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호언했지만, 실제로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광주 12.7%, 전남 11.4%, 전북 14.4%에 그쳤다.

    한 국힘의힘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가 크다고 막판에 자만하는 태도가 문제였다"면서 "야권 단일화에 힘입어 너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면서 호남권 민심이 이 후보에게 결집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기 직전까지 조직적으로 투표 독려 전화와 문자를 돌렸지만, 국민의힘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확진자 투표 수 61만… 40·50대 투표율 높아 이재명에 유리했을 것"

    지난 9일 기준 일주일간 코로나19 일일 평균 확진자 수(24만5564명)로 미뤄볼 때 확진 유권자는171만 명 정도다.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이날 투표 공식 종료 시각인 오후 7시30분 기준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총 3407만1400명이다. 오후 6시 기준 3345만2859명보다 61만8541명이 많은 수치다. 약 61만 명의 확진·격리자가 본투표에 나선 셈이다.

    이와 관련, 한 내과 의사는 "같은 확진자라 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50대 이하 젊은층은 투표에 적극성을 띠었겠지만, 실제로 몸이 아픈 경우가 많은 60대 이상 노년층 확진자는 투표장에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게 됐든 대통령선거 직전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을 완화해 확진자를 양산한 것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대선에서 민주당을 돕기 위한 것 아니었겠느냐"며 "확진자 61만 표의 상당수가 이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